윤세영 SBS 회장 사임…재허가 심사 끝나면 복귀?

방송 사유화 내부 여론에
"소유-경영 완전 분리" 선언
노조 "미봉책…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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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아온 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사임했다. 윤 회장은 이날 사내 담화문을 통해 “SBS 회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아들인 윤석민 SBS 부회장 역시 SBS 미디어 홀딩스 비상무 이사 직위만 유지한 채 모든 직을 내려놓는다.


윤 회장 일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최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제기한 대주주의 보도 개입 의혹과 내부에서 터져 나온 방송 사유화 반대 여론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방송 사유화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노보를 통해 윤 회장의 보도 개입과 보도지침 등을 폭로했다. 윤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에 비판 보도를 하던 기자에게 ‘압력성 발언’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윤세영 SBS 회장 사임 배경에는 내부 구성원의 방송 사유화 반대 여론과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SBS 목동 사옥에 내걸린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의 플래카드.

6일에는 노조 주최로 긴급 대의원대회가 열려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 △방송 취재, 제작, 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착취적 지배구조 배격 등의 내용이 결의됐다. 이후 기자협회를 비롯해 7개 직능단체에서 성명이 나왔고 20년차 이상인 6기를 비롯해 9기부터 막내 기수인 21기까지 실명을 걸고 방송 사유화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8일부터는 노조 게시판을 통한 결의문 지지 댓글과 ‘리셋스브스’ 오행시 글이 연달아 게재되는 등 새로운 투쟁 방식이 이어졌다. 11일에는 SNS 프로필을 ‘RESET! SBS’로 바꾸는 운동이 시작됐다.


이 같은 사내 여론과 올해 말 있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윤 회장 일가 사임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허가를 염두에 두고 보도국에 저널리즘 특위까지 만들며 공을 들였던 SBS가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때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 운용 등을 중점 심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SBS 내부는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가 논란이 되며 여론이 반대 방향으로 들끓었다.


노조는 그러나 윤 회장 사임만으론 “미봉책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윤 회장의 사임 선언은 지난 2005년, 2008년, 2011년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왔던 소유-경영 분리 선언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재탕, 삼탕일 뿐”이라며 “이번 사임 선언은 안팎에서 몰아치는 방송개혁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자, 후일을 도모하자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SBS는 2008년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SBS(36.9%), SBS콘텐츠허브(65%), SBS플러스(100%)를 계열사로 두는 지배구조다. 하지만 윤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의 61.42%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노조는 그동안 이런 지주회사 체제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 등 계열사로 SBS 수익이 흘러간다고 주장해 왔다. 노조는 “윤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SBS에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대주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모든 SBS의 경영행위를 지배, 통제해 왔다”며 “윤 회장 일가의 의도는 상법 운운하며 이사 임면권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대목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앞으로는 ‘위임’을 말하지만 뒤로는 ‘전횡’을 계속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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