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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으로 표류하는 브라질…사람이 문제다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2017.09.13 15:08:53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에서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분사기)’라는 이름으로 2014년 3월부터 시작된 부패수사가 3년 반을 넘기고 있다. 라바 자투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납품과 건설계약 수주의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페트로브라스와 오데브레시는 막대한 벌금과 심각한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범죄단체 구성, 사법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룰라 전 대통령은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호세프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집권한 우파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도 예외가 아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6월 부패혐의로 기소됐다가 연방하원의 거부 표결로 간신히 연방대법원 재판을 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를 둘러싼 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언제 한 방(?)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법 당국의 칼끝은 집권여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지도부도 겨냥했다. 전직 대통령과 테메르 대통령의 최측근을 포함한 전·현직 연방상원의원들을 범죄단체 구성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부패 스캔들은 브라질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른바 ‘리더십 위기’다.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정치권에 집중됐던 국민의 불신은 사법부를 포함해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저조했다. 테메르 대통령에 대해서는 93%가 거부감을 표시했고 호의적인 평가는 3%에 그쳤다.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국정을 수행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좌파의 아이콘’이라는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 66%, 긍정적 32%로 나왔다. 두 사람 외에도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기성 정치인들의 평가는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 정치권의 압력으로 부패수사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지금 리더십 부재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최소한 2018년 10월 대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선 이후 정국이 안정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입소스 연구원은 “브라질 국민은 2018년 대선을 통해 화합과 화해를 모색하고 국정을 추스를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으나 누가 이런 요구에 부합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8년 대선은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와 대통령 탄핵, 부패 스캔들 등 온갖 악재 속에 치러진다. 계속되는 부패수사 과정에서 대형 변수들이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대 가장 예측 불가능한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국토 면적이 남미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자연재해가 거의 없다.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내는 지진도 허리케인도 없다. 혹한은 물론 폭염으로 고통 받는 경우도 드물다. 식량·에너지 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의 치안상황이 우려할 수준이나 전쟁 공포를 안고 사는 나라에 비할 바 아니다. 브라질을 지켜보며 느끼는 어지럼증은 결국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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