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오른 김제동 "국정원 직원, MB가 날 걱정한다고 했다"

13일 MBC총파업 10일차 집회서 밝혀

  • 페이스북
  • 트위치

▲MB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MBC총파업 10일차 집회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방송해야 하지 않느냐,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보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제동씨가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VIP(이명박)가 당신을 걱정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보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13일 서울 상암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MBC총파업 10일차 집회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이 '노 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봤으니까 1주기 때는 안가도 되지 않나, 제동씨도 방송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그때 '내가 가지 않으면 국정원이 민간인을 협박한 것이고, 가면 협의한 것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1주기 때 가야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그 직원은 자신이 VIP에 직접 보고하는 사람이라면서 VIP가 저를 걱정한다고 했다"며 "VIP에게 내 걱정하지 말고 본인 걱정이나 하시라고 전하랬는데, 이번에 나온 문건을 보니 직접보고한 게 사실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의 사회자였던 김씨는 이듬해 1주기 추도식에서도 사회를 봤다. 그해 4월 MBC에서 김씨가 진행하던 프로그램 '환상의짝꿍'이 폐지됐고 김씨의 소속사 다음기획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두 차례나 받기도 했다.


김씨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조원들에게도 힘을 보탰다. 김씨는 "여기 있는 분들에 비하면 제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유명하다는 이유로 주목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 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3일 MBC총파업 10일차 집회에 참석해 파업 지지를 밝히고 있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


이날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집회 현장을 찾아 "당시 MBC에서 인터뷰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이였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원세훈 국정원장 고소건에 대해 한 마디 물었더니 그날 바로 잘렸다"며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은 이명박, 김재철인지 모르지만 그걸 실행한 사람은 여러분의 동료였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동료들이 어려울 때 누가 마이크를 대신 잡고 누렸는지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기자는 "파업을 겪어봐서 여러분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안다. 싸움이 길어지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MBC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 김장겸 비리 추적해 보도하겠다"고 덧붙였다.


▲13일 MBC총파업 10일차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년 신사업개발센터(스케이트장 관리)로 부당전보를 당했던 전여민 라디오PD는 "2012년 파업 이후 정치적 이유보다 개인적인 미움과 보복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많다"며 "부역자들은 권력에 도취돼 최소한의 공과 사를 분리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이들의 무능함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PD는 "유배지에 있던 지난 2년 동안 이유도 모른 채 자아성찰을 해야 했다. MBC로 가는 버스, 지하철을 탔는데도 결국 도착하지 않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김장겸 사장이 물러나고 우리의 투쟁이 진정한 승리로 끝날 때 제대로 된 MBC에 도착할 것"이라고 크게 외쳤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지난 5년 간 우리를 짓눌렀던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울분을 삼키고 꿈으로 흘려보냈던 이야기들을 노조 울타리 안에서 해보자"라며 "그동안 MBC에서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조사해보니 하루만에 A4 용지 17장 분량이 쏟아졌다. 내일(1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청와대가 기획하고 국정원이 연출한 MBC 장악 시나리오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