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제32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한겨레신문 황금비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한겨레신문 황금비 기자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수행기사 갑질’ 보도는 7월 초 한 취재원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종근당 회장의 차를 운전하다 회장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그만둔 분이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연락처를 전달받아 처음 전화를 걸었던 제게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화로도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주실 수 없을까요.” 제보자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대기업 수행기사 업계는 좁습니다. 서로 비슷한 스케줄로 이동하면서 안면을 트는 탓에 대기업 회장의 비위 행위나 불공정한 모습을 제보하려면 업계를 떠날 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 보도가 전적으로 제보자들의 용기에서 비롯된 이유입니다.


처음 이장한 회장의 폭언과 비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나선 운전기사, 그리고 제보자를 응원하며 함께 증언에 동참한 동료 운전기사들은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도, “운전기사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제보자들은 첫 보도 이후 라디오 방송, TV 프로그램 등의 요청을 대부분 수락하며 성심성의껏 인터뷰했습니다.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건이 더욱 파급력 있게 퍼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는 참 쉽게 쓰이는 단어입니다. 공관병에게 아들 속옷 빨래를 시키는 육군참모총장, 가맹점에 불공정 행위를 강요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휘두르는 기업 회장. 결이 다른 제각각의 사연들이 뉴스에서는 모두 ‘갑질’이라는 단어로 묶이곤 합니다.


돈과 권력에서 비롯된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한다지만, 대부분의 ‘을’들이 당하는 일들은 ‘갑질’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유린과 학대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갑질 행태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겨레신문 황금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