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블랙리스트' 후폭풍…기자·PD 무더기 제작거부

카메라기자 65명 성향 분석
사측, 경력 채용 공고 논란
총회서 보도부문 파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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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 취재기자 81명(전체 기자 250여명)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심각한 제작자율성 침해’ ‘MBC 블랙리스트 파문’ 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다. 이 와중에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등 경력채용 계획이 공지되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MBC 기자들은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기자 81명이 제작중단에 들어갔고 영상기자 36명을 포함하면 118명이 제작 중단에 들어갔다. 김장겸 체제 내에서는 뉴스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4시뉴스와 24시뉴스는 직격탄을 맞아 불방됐고 이브닝뉴스는 30분으로 단축돼 방송됐다.


4시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윤효정 기자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해 정부 비판 내용은 뉴스에서 모두 삭제됐고 실종자 유가족 눈물은 쓰지 말라는 구체적인 압박도 있었다. 지난해 촛불 집회 당시에도 태극기 집회를 메인뉴스 톱으로 지정하며 의미 있는 날로 표현하는 등 관련 리포트를 4꼭지나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고 폭로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 보도국 소속 기자 81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보도부문 직원들은 17일 저녁 총회를 열고 향후 총파업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MBC본부)

유 기자는 “급기야 오후 4시뉴스에 ‘MBC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리포트가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담당 부장이 방송 직전에 달려와서 테이프를 빼앗아 가는 바람에 방송이 5분정도 단축돼 나가는 만행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최근 MBC는 카메라 기자 65명에 대해 등급을 매겨 인사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에는 기자들을 정치적 성향, 출신 지역,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나눈 도표가 담겨있다. 리스트가 공개되자 피해 당사자인 영상기자회 소속 50여명의 카메라 기자는 지난 9일부터 제작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도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과 <MBC스페셜> <사람이 좋다> <출발 비디오여행> 등 콘텐츠제작국도 ‘제작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여전히 제작 중단 상태다. MBC는 이들 가운데 5명의 기자와 PD에 대해 대기발령 징계를 내렸다. 이영백 PD수첩 PD가 2개월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데 이은 사측의 강력 조치다.


MBC는 보도국의 제작거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10일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를 포함한 대규모 경력채용 공고를 낸 것이다. MBC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라기자의 경우 20여명이 새로 뽑힐 예정이다. 심지어 현재 카메라기자 대체 인력으로 일하고 있는 영상PD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MBC의 한 기자는 “공정방송을 위해 제작거부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징계하고, 대신 그 자리를 대체인력으로 메우겠다는 심산인데, 이게 언론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회사 내 거센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도 해결할 고민은 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알량한 인사권을 발휘해 대체 인력을 채용할 계획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왕 회장은 “오늘의 제작중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와 동시에 MBC 뉴스를 (제대로) 가동할 준비를 하겠다. 우리의 싸움에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적극 지지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MBC 기자들은 16일 저녁 보도부문 총회를 열고 파업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9월 초를 기점으로 총파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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