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음이 차오르기까지 9년이 걸렸다

노사 복직 협상 타결로 28일 출근
혁신 통해 YTN만의 브랜드 살려야
YTN 아는 사람이 사장으로 왔으면…

  • 페이스북
  • 트위치


지난 2008년 5월29일. YTN은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구 전 사장은 논란 속에서 ‘보도국장 추천제’를 무력화하고 보도를 좌지우지하기에 이르렀다.


공정방송을 위한 구성원의 투쟁은 날로 거세졌다. 급기야 이 과정에서 노조 전·현직 간부인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우장균 기자 6명이 해고됐다. 당시만 해도 금방 복직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무려 6년여를 거친 법원 판결은 해직기자들을 외면했다. 지난 2014년 11월 대법원은 “3명(권석재 우장균 정유신)의 해고는 부당하고 3명(노종면 조승호 현덕수)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구 전 사장의 후임인 배석규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사장으로 있으며, 해직자 복직을 촉구하고 반발하는 기자들을 연이어 징계했다. 노종면 기자가 만든 YTN의 간판 프로그램인 ‘돌발영상’도 이 무렵 사라졌다. 지난 2015년 취임해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한 기업은행장 출신의 조준희 전 사장도 해직자 복직 문제에는 눈을 감았다.

▲노종면 YTN 기자.


설렘과 기대,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 했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는 그렇게 꼬박 9년을 기다렸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자 복직의 꿈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돌아갈 수 있을까” “또 헛된 공수표가 아닐까” 수많은 상념 속에서 노사는 지난 4일 해직자 복직 타결을 일궈냈다.


지난 11일 YTN 노조사무실은 28일 복직 행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전보다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아침에 기사가 뜨면서 복직이 공식화되니까 후배들에게 계속 축하 메시지가 왔어요. 일일이 답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어머니가 ‘언제 복직하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역정도 여러 번 내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기사를 보시고 ‘진짜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저도 실감했던 것 같아요.”(현덕수)


YTN은 해직 사태 이후 보도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시청률이 추락하는 등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해직기자들의 복직은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YTN의 ‘보도 정상화’에 대한 임무가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9년 전과 비교해보면 뉴스의 내용은 후퇴했고 ‘리포트 중심주의’의 형식은 그대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혁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죠. 일단 수동적인 보도국 분위기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YTN만의 전사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노종면)


“‘무슨 일이 터지면 YTN 본다’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사라졌어요. 패널 중심의 종편 보도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색깔을 잃어버린 거죠. 보도 개혁을 위해서는 기자에게 ‘보상과 성취’를 제대로 줘서 열심히 뛰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YTN만의 브랜드를 살리는 게 시급합니다.”(현덕수)


“너무 형식에만 매몰된 게 문제라고 봐요. 정부 비판 보도도 과감히 할 수 있는, 보도의 ‘내용’이 더 중요한 거거든요. 그러려면 과거 9년간 구본홍-배석규 체제에서 부역해서 YTN의 공정성을 해치는 데 앞장선 사람들에 대한 단죄가 우선돼야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서 언론을 가지고 장난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는 거죠.”(조승호)


이들은 YTN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영언론을 보호하는 법안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노종면 기자는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제안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국민대리인단’을 추천했다. 노 기자는 “법원에서 배심원 뽑듯이 국민 중에서 지역, 연령, 직업 등을 안배해 표본을 만들고 공영언론의 사장을 선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정부 입김에서 근본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호 YTN 기자.


조승호 기자도 “국민대리인단 제도가 최선의 제도”라고 밝히며 “운영의 면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지난해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을 차선책으로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의 의지만 믿고 있을 수 없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데, 방송법을 악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에 선임될 예정인 새 사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조준희 전 사장의 사퇴 후 꾸려진 YTN 사장추천위원회는 12인의 후보에 대해 공모와 면접을 진행했으나, ‘적격자 없음’ 결정을 내리고 재공모를 추진 중이다. 노종면 기자는 “YTN 내부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방송 환경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여야 하며,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변화를 실현해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덕수 YTN 기자.


현덕수 기자 또한 “지난 9년동안 투쟁해온 사업장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와야 YTN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방송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디지털퍼스트와 같이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복직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이 방송을 함께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언론사가 됐으면 해요.”(노종면)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YTN 채널을 찾게 하고 싶습니다.”(현덕수)
“견제와 균형 속에서 활발한 토론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상하 개념 없이 선후배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조직 문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조승호)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이진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