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도 블랙리스트...요주의 인물 분류, 보복인사

언론노조 MBC본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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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카메라 기자들은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소고기가 아닙니다.“(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

 

MBC가 직원들의 등급을 매겨 인사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블랙리스트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언론 사상 최악의 노동탄압이 자행된 공영방송사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노조 파괴 공작의 음모가 빙산의 일각을 드러냈다며 폭로했다. MBC본부는 최근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 두건을 입수했다. 지난 201376일부터 2014216일까지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65명의 카메라기자를 등급으로 분류한 도표가 담겨 있다.

 

▲MBC본부가 입수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MBC본부)

노조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를 보면,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영상취재 PD 등 구조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의 카메라기자 시스템의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등 4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MBC본부가 입수한 요주의 인물 성향.(MBC본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다른 문서에서는 , , 의 각 등급별 일부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주로 정치적 성향, 출신 지역,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존재감 없음등의 인신공격성 모욕적인 표현도 담고 있다.

 

최하위인 등급은 12명 전원에 대한 인물평이 나와 있다. 주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거나, 조합 혹은 영상기자회의 집행부를 맡았던 기자들이다. 문건에는 부류 대상자들에 대해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등의 표현도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개인 욕심이 많아 기회시 변절할 인원이라며 회유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다.

 

▲MBC본부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2개의 문건을 공개했다.

MBC본부는 블랙리스트는 실제로 인사와 평가, 승진 등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최하위인 이른바 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들은 대부분 보도국 외부로 쫓겨났거나, 보도국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 위주로 배치돼 있다. 이들은 거의 지난 파업 이후 승진 심사에서도 매번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징계, 부당전보 등 부당노동행위에 이어 블랙리스트 범죄행위까지 발각된 상황에서 조합은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모든 직종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수집할 계획이다. 위법 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에 대해서는 모두 추적고발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9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노동조합법 위반과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김연국 MBC본부 위원장은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자 현 사장이 인사권자로서 이 문서를 보고받고 실행을 지시한 책임자인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블랙리스트가 카메라 기자들을 대상으로만 작성된 걸로 보지 않는다. 2012년 파업 이후 수많은 피디, 기자 등이 해고, 정직 등 징계가 이어졌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상상을 초월하는 감시와 모욕을 참아야 했다. 진상조사단을 꾸려 블랙리스트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찾아내고 폭로하겠다고 덧붙였다. 문건 확보 경위에 대해서는 제보를 통해 입수하게 됐다. 문건 작성자는 제3노조 소속의 카메라 기자였다. 본인도 부인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작성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혁용 영상기자회장은 카메라기자로서 카메라 앞에 서야한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기도 하고 분노가 일어나는 심정이라며 우리는 등급이 매겨지는 소고기가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충분히 누려야할 인격권에 대한 침해이자 명백한 노동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권 회장은 파업에 열심히 참여했던 결과가 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후 영상기자회 조직이 해체되고 기자회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다. 회사는 영상기자회 조직을 해체하는 게 경영적 합리적 수단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번 블랙리스트를 보면 정치적 탄압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입이나 경력 기자가 채용되지 않고 있고, 그 자리는 영상 취재PD라는 새로운 대체 인력으로 채워지고 있는 게 영상기자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최하위인 X등급으로 분류된 22년차 카메라 기자인 나준영 기자와 양동암 기자.

이날 최하위인 X등급으로 분류된 22년차 카메라 기자인 나준영 기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MBC 카메라 기자들의 현실을 폭로했다. 나준영 기자는 파업 이후로 대기발령됐고 이후 인천, 성남, 잠실 등으로 전전했다. 지난 5년동안 뭔가 굴려지고 있고 관리당하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았다. 제 마음의 고통과 부담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블랙리스트를 보고 퍼즐을 맞추게 됐다고 말했다. 나 기자는 우리의 방송은 국민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무시하고 등급화하고 블랙리스트로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주도한 사람들은 분명히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이날 정체불명의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사측은 “MBC본부가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는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며 누가 작성하고 누가 유포했는지도 모르는 유령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회사를 비방 매도하는 행위는 언론노조가 늘 해오던 방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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