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제32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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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파견노동자 최미애씨에게
당신을 만난 건 지난해 2월 겨울날이었습니다. 저와 당신을 비롯한 많은 파견노동자들은 경기도 안산 파견업체에 모였죠. 당신의 나이는 21살. 꽃다운 청춘은 왜 파견업체를 통해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저는 불법파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당신과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당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오늘도 파견노동자로 공장을 지키고 있을까요?


우리가 만나기 일주일 전, 인천 남동공단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이진희씨가 쓰러졌습니다. 일한 지 4일 만이었습니다. 눈이 멀고 뇌를 다쳐, 삶을 잃었습니다. 진희씨는 2015~2016년 삼성·LG전자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6번째 피해 청년이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일을 5일 동안 했지만, 다행히 저는 멀쩡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진희씨가 일하던 공장은 부품을 매끈하게 가공하기 위한 물질로 절석유·에탄올보다 값이 싼 메탄올을 썼습니다. 그 누구도 피해 청년 인체의 중추신경계를 망가뜨리는 독성물질인 메탄올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1년을 기다려, 올해 4월 처음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약속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파견노동의 문제를 계속 추적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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