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휴일수당 현실화 요구 커지는데 "인건비 부담" 되풀이

언론사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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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야근수당 따로 주지 않고
일정금액 임금 포함시켜 지급
휴일근무도 법정수당 못 미쳐

뉴시스 야근시스템 도입 논란
수당 줄이려 야근 금지 비판
언론사 “경영 어려움 감안해야”


뉴시스가 최근 야근 시스템을 개편했다. 뉴시스는 지난 10일부터 야간근무 허가제를 도입해 정치 사회 경제 산업 부동산 등의 부서에서 야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서장에게 야근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야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에는 기자가 필요에 따라 야근을 한 뒤 수당을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뉴시스는 이번 야근 시스템 개편이 보다 효율적인 근무체계를 정립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사실상 수당 지급을 줄이기 위해 야근을 금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정원 뉴시스 노조위원장은 “기자들은 회사가 비용 문제 때문에 사실상 야근을 없앴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통신사 업무 특성상 상시적으로 근무하며 발 빠르게 대처해왔던 일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승인 받는다는 지침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일부 부서에서는 사전 신청조차 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당을 안 주고 대휴를 사용하게 하면 그 공백을 동료기자가 메워야 해 오히려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면서 “앞으로 수당도 받지 못하는 야근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야근 시스템 개편의 배경엔 얼마 전 뉴시스에서 퇴사한 차장급 A기자가 있다. A기자는 지난달 6일 회사를 상대로 6500만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년간의 연장근무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재산정해 지급하라는 요구였다. 뉴시스는 그동안 야근의 경우 3만원, 철야 6만원, 휴일 9만원의 수당을 지급해오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연장 야간 휴일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A기자도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B기자는 “회사가 갑자기 야근을 없앤 건 이 소송 때문”이라며 “기자들은 그동안의 관행 때문에 ‘열정페이’ 수준의 수당을 받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열정페이’ 문제는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의 문제엔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를 못 내는 게 기자들”이라고 했다.


뉴시스뿐만 아니라 언론사 중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 근로수당을 통상임금의 150%로 지급하는 곳은 많지 않다. 기자협회보가 종합일간지 9개사와 경제지 3개사, 방송 2개사, 통신 3개사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장과 야간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포괄임금제 형태로 시간외 근로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고 있었고 추가적으로 식사나 교통비 등 명목으로 소정의 액수를 지급하는 수준이었다. 포괄임금제는 상시적인 초과근무가 예상되는 업종에서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추산해 급여로 일괄 지급하는 관행이다.


종합일간지 C노조위원장은 “언론사 대부분이 포괄임금제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야근을 하면 1.5배를 줘야 하는데 부담이 크니까 일정금액을 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는 도구가 된다”고 지적했다.


휴일근로의 경우에는 그나마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SBS 등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있었다. 반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법정 수당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휴일근로 수당으로 책정하고 있었다. 통신사 D기자는 “언론사에서 주는 수당이 통상임금 기준보다 훨씬 적다”며 “그러나 밤이나 주말에 몇 시간 더 일했다고 일일이 품위를 올려 수당 챙겨 받기엔 눈치도 보이고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불만은 크다. 종합일간지 사회부 E기자는 “급여명세서를 볼 때마다 늘 부족한 느낌이다. 휴일근무의 경우 한두 시간도 아니고 12시간씩 일하는데 그 돈만 받는 건 거의 알바 수준”이라며 “차라리 돈 안 받고 주 5일만 근무하고 싶다. 주말에 나와 일하고 몸 상해서 약값 나가고, 수당보다 더 비싼 건강식품을 살 때도 있다”고 했다. 또 “야근의 경우에도 집이 먼 기자들은 그냥 숙직실에서 자기도 한다”며 “택시비가 야근 수당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종합일간지 F기자도 “야근·휴일근무를 당연한 기자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보상도 많이 안 해준다. 기자들 중에 휴일수당 받으려고 근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당을 포괄임금제로 받기 때문에 ‘공짜 야근’을 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종합일간지 G기자는 “부서별로 예상 야근 시간을 산정해 야근 수당을 고정 지급하는데 그보다 더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이 없는 게 문제”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런 부분을 어필하지도 못하고 혼자 감수한다. 다른 부서로 파견 갈 때도 원래 있던 부서와 수당 차이가 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 제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시간외 수당을 따로 지급한다 해도 근로의 ‘기준’이 제각각인 것 또한 문제다. 종합일간지 H기자는 “주말 내내 출장을 가거나 세미나에 참석해 기사를 썼는데 일한 걸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좋은 기사 쓰려고 품을 들여 취재한 건데 인정을 못 받는 기분”이라며 “그럴 때는 그냥 전화로 대충 취재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외 회사나 출입처에 출근하지 않고 쓴 기사를 인정 안 해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사에선 기자들의 불만을 받아들여 노조 차원에서 수당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은 올해 기자협회 차원에서 수당 인상을 건의해 기존 2만원이던 야근수당을 3만원, 7만원이던 휴일수당을 9만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임금·단체 협상에서 휴일근로 수당을 종전 6만5000원에서 기본급 1일치의 80%로 인상한 경향신문도 수당 현실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 때도 수당 현실화를 요구하려 했지만 다른 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반영하지 못했다”며 “법정 기준까지 한 번에 갈 순 없겠지만 내년 임단협 때는 100%로 올리는 등 점진적으로 수당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역시 지난 2014년 시간외 수당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사측도 할 말은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추가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줘야 하지만 언론사마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아직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종합일간지 경영기획실 I팀장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은 포함되지만 아직 법적으로 어디까지 포함된다고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면서 “회사마다 연봉제냐 호봉제냐에 따라, 또 노사가 어떤 항목을 몇 %로 정해놓았느냐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가 다르다. 때문에 노사 협의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하거나 포괄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종합일간지 J인사팀장은 “일부 종합일간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사가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늘어날 임금 규모가 1억~2억원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다만 언론사가 다른 기업들처럼 일부러 수당을 안 주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니까 구성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고, 언론사 역시 단계적으로라도 법정 기준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영석 전국언론노조 노무사는 “많은 언론사가 개인별로 연장근무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직급별 연차별로 고정 지급하기 때문에 문제는 있다”면서도 “노사가 합의하면서 수당 외에 기본급을 늘렸다든지 하는 다른 대가가 있었을 수 있다. 때문에 수당의 실제적인 성격과 목적은 무엇인지, 실제로 어떻게 지급했는지, 제도 운영에 법 위반사항이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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