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소이한 세계 언론현실 불구, 기자들에 대한 대중 인식차 확연

美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연수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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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일하다 보면 출입처를 벗어난 이슈에는 무감각할 때가 많다. 한국 언론계의 소식도 ‘출입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홀하기 일쑤다. 자신이 몸 담은 분야의 이슈를 끊임없이 파악해야 하는 다른 업계와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물며 다른 나라의 언론계는 취재의 영역이 아니기에 웬만하면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기자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언론 환경을 접하는 것은 기자로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잘 알 것 같지만 몰랐던 새로운 출입처를 얻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회사의 배려로 이런 호사를 누릴 기회가 최근 있었다. 지난 5월30일부터 2주 동안 미국 뉴욕시에 있는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 연수를 받은 것이다. 전세계 19개국 출신 기자 21명이 모여 최신 저널리즘 기법을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심도있게 토론했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데이터 저널리즘, 기업 재무 분석과 같은 최신 기법부터 언론사 경영까지 다양한 얘기를 듣다 보면 하루가 지난다는 사실 자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뉴스 본사는 규모만으로 함께 방문한 기자들을 압도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씨티언론인상 수상자 국제기자세미나에 참석한 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기자들의 역량이 결코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타사의 특종이었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역사적 분기점을 이뤄낸 기자들은 어떤 나라를 뒤져봐도 찾기 어려운 성과였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담팀까지 꾸려 취재하고 있지만 한국 기자들처럼 ‘한방’을 먹이진 못했다. 필자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한국 언론계의 활약을 다른 나라 기자들에게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심지어 포털 때문에 어려운 것은 모든 나라의 공통된 현실이었다. 미국, 유럽 기자들뿐만 아니라 홍콩 등 아시아 기자들도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공급하는 공짜 뉴스 때문에 언론계 전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곤 했다.


하지만 한국과 확연히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기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었다. 미국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월스트리트를 단체로 방문한 어느 날이었다. 남아공 출신으로 40년 전 미국 뉴욕시로 이주했다는 여행가이드는 우리를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학생으로 잘못 알아듣고 운을 뗐다.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하면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일하는 훌륭한 기자가 될 수 있어요. 힘내요!”
가이드의 한 마디에 각자 나라에서 날고 긴다면서 뽑힌 동료들은 모두 박장대소했다. 각자 나라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칼럼니스트, 편집국장, 탐사보도 전문 기자 등이 즐비한 그들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순간 묘한 감정이 들어 다른 기자들처럼 따라 웃지는 못했다. ‘만약 한국이라면 여행 가이드가 학생들에게 A일보, B신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을까.’


그 순간 SNS에 기자를 두고 ‘X레기’라고 부르는 글들이 떠올라 필자는 왠지 모르게 슬퍼 웃지 못했다. 기자들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이유야 다양할 테지만, 언젠가 미국처럼 언론인이 대중들에게 존경 받을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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