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기획 시리즈

제32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동아일보 국제부 조은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조은아 기자

국제기구와 이주민단체 직원을 만나다 우연히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의 인권 침해 사례를 듣고 본격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취재원들은 짙은 회의와 냉소로 “우리 이야기가 보도돼봤자 나아질 게 없다”고 답했다. 어렵사리 소개받은 미등록 이주민들은 아픈 이야기를 말하려다가도 꿀꺽 삼켜버렸다. 괜히 신변만 노출돼 단속될 것을 두려워했다.


이들의 회의와 냉소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로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는 법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아동만은 의료 및 교육권 등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언론도 법안 필요성을 알리는 기사를 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는 쫓아내라’는 반이주민 정서가 거칠어졌고 이런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도 난색을 표하며 법안은 흐지부지돼 버렸다.


취재할수록 이들의 인권에 한국 사회가 무심함을 절실히 느꼈다. 관련 부처인 법무부 내에서도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급한 현안에 밀려났다. 세계 경제 14위란 국격에 미치지 못하는 인권 실태가 부끄러웠다. 불신과 두려움에 꼭꼭 숨으려는 낮은 목소리를 절실하게 찾아내 사회에 널리 울려 퍼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주목하고 변화하도록 선행 보도보다 더욱 부당하고 아픈 이야기를 발굴해 생생하게 알리자는 목표가 생겼다.


취재팀은 인권 사각 속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돕는 마음으로 열의 있게 취재했다. 취재팀의 진정성이 독자들에게 전해졌는지 보도 뒤 반응은 뜨거웠다. 1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익명의 시민, 미등록 아동에게 육아용품을 기부하겠다는 주부 등이 따뜻한 마음을 전해왔다. 당국도 움직였다. 기사에 소개된 구금된 미등록 청소년 페버 군도 보도 뒤 전격 석방됐다. 국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도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도 뒤 취재원들은 “우리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보도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새롭게 알릴 이야기가 많이 생길 것이란 예감이 든다. 아직도 숨죽인 채 고통받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을 위해 정부와 한국사회가 제대로 움직일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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