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

제32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국민일보 사회부 최예슬 기자

▲국민일보 사회부 최예슬 기자

범죄 앞에 ‘슬프다’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은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미혼이 대다수인 국민일보 사건팀 기자들에게도 영아유기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범죄였다. 하지만 4개월가량 취재하고 보도한 기자의 눈에 영아유기는 여전히 ‘슬픈 범죄’다.


사건팀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했다. 버려진 아기, 버린 부모, 버려진 아이를 키우는 이들을 만났고 물었다. 판결문과 기존 보도 내용을 수집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들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향한 동정과 연민은 모두 똑같았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버려졌다’는 표현밖에 쓰지 못하는 기자들의 감수성을 질타하는 독자도 있었다. 분노하는 이들은 더 많았다.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못난 부모 때문에 아이가 고생한다” 부모, 특히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그 분노를 이해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또 분노하게 하는 영아유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했다. 또 분노 이후에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려 했다.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느냐”는 질타를 넘어 “낳은 아이를 책임지도록 사회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국민일보의 이번 보도가 영아유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영아유기를 ‘윤리적으로 타락한 이들의 특수한 범죄’라는 인식을 깨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랄 뿐이다.


취재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자료 수집에 도움을 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사랑공동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등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기꺼이 내어놓은 이들도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한참을 울다 다시 데리고 온 미혼모, 분유 값을 위해 자신의 끼니를 거르던 엄마,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모두 우리의 취재원이었다. 이번 보도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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