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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비판에 인색한 언론…해사행위로 몰거나 뒷짐 지거나

[연중기획] 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자 (3부)다시 저널리즘으로 가는 길 ⑤보도 견제 시스템<끝>

김창남 기자2017.06.27 22:20:17

본인 기사 검증대상 가능성과 동료·인사권자 비판 부담
기자들 업무 부담 가중으로 공보위 활동도 가욋일 여겨
토론 사라지고 상명하복만…뉴스룸 소통도 가로막아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비평에 대한 인식전환 우선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존립 근거인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뉴스통신진흥법)’은 편집권 독립과 콘텐츠 역량 개선 등을 위해 편집위원회(제18조의3)를 두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편집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뉴스의 독립성·공정성·공익성 훼손을 비롯해 편집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에 의한 자율성 침해,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이견과 논란 등을 조정하거나 점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이 편집 최종 책임자인 콘텐츠융합상무(편집인)를 대신해 편집국장 직무대리를 참석시키면서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게 연합 내부의 반응이다.


▲연합 노조는 지난 23일 공정보도를 후퇴시킨 책임으로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 A기자는 “경영진이 부당하게 지시하면서 편집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좋은 제도라도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KBS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월 1회 노사 동수(각 5명)로 구성된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리지만, 노조가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사측은 ‘문제가 안 된다’ 혹은 ‘인사권이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8월 ‘성주 사드 반대시위 외부세력 개입’에 대한 윗선의 부당지시와 관련해 노조가 공방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인사권’을 들어 묵살했다.


KBS B기자는 “노사 합의문을 통해 부적절한 보도 등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 책임자를 일벌백계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공방위의 설립 취지”라며 “그러나 사측은 노조 측 공방위 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아무런 논의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MBC의 경우 2015년 보도국장이 직접 나서 노조 산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의 보도경과 확인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한편 민실위 활동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징계는 물론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물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민실위 간사에 대해 취재 거부를 지시한 것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이처럼 내부 감시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일부 언론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회 전반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언론사가 오히려 사내 비판 목소리에 귀를 닫거나 인색하다 보니 어렵게 만든 제도마저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는 있지만 현실의 장벽에 ‘유명무실’
공보위 등 내부 감시기구가 기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이유는 자기 기사 역시 검증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과 함께 가까운 동료는 물론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고위 간부까지 비판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해 11월 13년 만에 공보위 활동을 재개키로 했지만 공보위 출범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작년 8월 송희영 당시 주필의 ‘호화 출장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면서 칼럼·사설·기사 전반에 대한 내부 비판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총의를 모았지만 공보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지원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다.


C신문사 노조위원장은 “공보위 위원 임기가 끝나면 인사권을 쥔 편집국장이나 부장 등과 직접 맞닥뜨리게 된다는 부담이 크다”며 “특히 온라인 기사 등에 대한 업무 부담이 늘면서 참여 독려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과중되면서 공보위 활동마저 가욋일로 여기는 분위기도 제도가 뒷걸음질 치는 이유 중 하나다.


D신문사 노조위원장은 “매분기마다 1회 이상 공보위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는 노조 규정이 있지만 공보위 위원들도 현장 기자라 업무가 많다보니 회의를 자주 개최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내부 비판에 인색한 조직 문화 역시 사내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데 장애물이다. 언론 산업이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사내 비판 목소리를 해사 행위로 여기는 분위기 역시 사내 경고음이 제대로 울리지 않는 원인이 된다. 회사가 내세운 ‘생존 논리’에 올곧은 목소리는 사내 불평·불만이나 일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공보위, 저널리즘 지키는 마지막 안전장치
그럼에도 공보위 활동은 보도가 정상 궤도를 이탈할 때마다 경고음을 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게 기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의 수사 기간이 종료된 날을 맞아 발행된 MBC민실위 보고서(지난 3월3일).

부당한 회사 방침이나 데스크의 지시를 기자 개개인이 홀로 맞서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나 간부 역시 기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좋든 싫든 귀 기울이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다.


최근엔 사내 구성원 간 스킨십 기회가 줄여든 데다 사내 언로마저 동맥경화를 겪으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사내 게시판이 실명제로 전환되면서 문제제기할 수 있는 ‘열린 공간’ 역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선후배 간 소통 기회가 축소되고 기자마저 ‘샐러리맨’으로 전락한다는 자괴감마저 겹치면서 소통풍토도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메이저신문 소속인 E기자는 “10년 전 만 해도 선배들이 자기 실명으로 회사를 비판했지만 이런 문화가 사라진 데다 사내 게시판도 실명제로 전환됐다”며 “노조가 회사 측에 익명게시판 운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가까운 동료끼리만 SNS 등을 통해 고민을 나눈다”고 말했다.


지난 9년 간 사회 전반에 민주화가 퇴보하고 불통 문화가 확산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낙점한 언론사 경영진들이 정권을 향한 나팔수 노릇을 위해 사내 비판 목소리를 옥죄고 이에 반하는 기자들은 보복성 징계로 길들이려 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F신문사 노조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와 공보위 활동이 소홀해졌는데 내부적으로 우편향이 심해지다 보니 기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된 것 같다”며 “아무리 떠들어봤자 변하는 게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동료들 간 갈등으로 이어져 서로 공보위 위원을 맡는 것을 꺼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스룸 불통, 편집권 독립에도 악영향 
공보위 활동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론계 역시 언론 산업 위축과 맞물려 효율성이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토론문화보다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뿌리 깊게 박혔다. 인사권 등을 쥔 간부급 기자들과 취재 기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뉴스룸 안의 소통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편집권 독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구호로 그칠게 아니라 제도적 장치 등을 통해 조직 내 소통 혈류를 뚫어야 한다는 게 기자들의 공통 반응이다.


또 다른 메이저신문사 G기자는 “기자들 간 소통이 돼야 경쟁력이 생기고 주인의식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공정보도활동이 막힌 사내 언로를 뚫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땅히 행사해야 할 기자로서 권리행사를 못하는 사이 사내 언로는 막히고 누적된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밖에 없다.


‘모바일 대나무 숲’으로 일컬어진 ‘블라인드’앱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불만 등이 해소되지 않지만,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점에서 음지 내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사내 개혁을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하는 기자들마저 제 풀에 지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회사를 다니든, 회사를 떠나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으로 등 떠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상황 모두 회사 발전을 위해 백해무익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내부 검증에 대한 부정적 시각 개선
그렇다고 그동안 얼어붙은 사내 언로가 하루아침에 해동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와 기자 모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내부검증이나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와 기자 개개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공보위 활동은 기자 개인을 끌어 내리기 위한 비난이나 힐난의 도구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


▲경향신문 김민아 편집국장(맨 오른쪽 밑에서 두번째)이 독실위 간담회에 참석해 독실위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경향노조 제공)

경향신문 목정민 독립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공식적인 조직에서 논의를 하는 게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다”며 “자기 기사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겠지만 개인이 아닌 지면에 대한 비판이다. 개인보다 기사에 초점을 맞춘 비평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공보위원 활동에 대한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과제 중 하나다. 가장 좋은 방안은 공보위 전임자를 두는 게 최선이지만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공보위 활동(3주마다 개최)이 가장 왕성한 언론사 중 한 곳인 중앙이 올해부터 노조 대의원이 겸직하던 공보위 위원을 따로 분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 노조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공보위 활동이 왕성했지만 이 역시 가욋일이라 업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참여율이 떨어졌고, 참여율이 떨어지다 보니 공보위 기능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셋째 사후약문방식에 그치는 현 제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SBS노조가 지난 2월 ‘2016년 임단협’을 통해 보도본부장 긴급평가제 등을 도입한 것도 긴급한 사안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위해서다.


넷째 공보위 위원에 대한 부당 인사 등을 함께 막아 낼 수 있는 사내 의식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연합의 경우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지냈던 이주영 기자(현 노조 위원장)를 현 사장 취임과 함께 지방으로 발령(2015년 5월) 내면서 논란이 됐다.


이주영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공보위 활동은 제도만을 가지고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의 건전한 의지가 중요하다”며 “공보위의 중요성과 관련 업무가 많아진 것을 감안하면 방송사와 같이 전임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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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적이지만 보도 견제 시스템 운영

공보위 활동 강화 언론사 있는 반면
사측 비협조로 반쪽짜리제도 전락도


주요 언론사들은 공정한 보도 감시 등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KBS MBC SBS YTN을 비롯해 경향신문 중앙일보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은 공방위 혹은 공보위 활동을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문사들은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만 회의를 열고 있다.


경향 노조는 올해 들어 분기마다 열던 ‘독립언론실천위원회’ 회의를 월 1회로 강화했다. 독실위 회의에서 제기된 내용은 회의 당일 편집국장, 분야별 에디터 4명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


중앙·JTBC 노조는 지난해까지 신문과 방송을 번갈아 열었던 회의 진행을 올해부터는 신문·방송 소위원회(각 8명씩)를 별도로 두고 운영 중이다. 3주마다 열리는 공보위 회의에서 제기된 안건은 제작간담회를 통해 노사 간 의견이 오가고, 그 결과는 보고서 형태로 전체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


서경 노조도 작년 연말부터 공보위 회의를 정례화(짝수달 첫째 주 목요일)하고 사내 설문조사를 통해 ‘서경 공정보도지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또 편집국장이 배석한 간담회를 통해 공보위에서 논의된 안건 등을 가지고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경 역시 1~2개월마다 정례회의를 열고 주요 사안에 대해선 ‘바실회보’를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SBS는 보도편성위원회, 제작편성위원회, 라디오편성위원회를 두고 월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 방송편성위원회 역시 월 1회 열도록 단협에 규정됐지만 현실적 제약 탓에 큰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개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2일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를 둘러싼 진상 조사를 위해 노조가 긴급 방송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자 이틀 만에 박정훈 SBS사장까지 참석하는 방송편성위원회가 열렸다.


반면 KBS, MBC, 연합은 단협이나 뉴스통신진흥법을 통해 노사가 함께 공정보도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지만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 탓에 사실상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


연합 노조는 월 1회 공보위 정례회의를 열고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사측에 ‘편집위원회’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르면 편집인과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포함해 노사 각 5명씩 구성된 편집위원회는 매월 1회 정례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하지만 편집 최종 책임자인 편집인이 불참하고 있다.


KBS의 경우 노사 합의를 통해 공정방송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사측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공방위는 노사 동수로 각 5명씩 참석한다.


MBC 역시 5년째 무단협 상황이 지속되면서 매월 1회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가 개점휴업 상태다. MBC노조 산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에는 보도부문과 편성제작부문으로 나뉘어 활동 중이다.


YTN도 매월 1회 노사 동수(각 5명)로 참여하는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가 열지만 사측의 안이한 태도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게 사내 평가다.


이와 달리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비정기적으로 공보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장 기자이기도 한 공보위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 탓에 SNS 등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세계일보는 올 들어 공정보도위원회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김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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