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코드 맞춘 불공정 보도…국가기간통신사 존재 망각

공영언론의 9년, 잃어버린 저널리즘 ④연합뉴스<끝>
편집총국장제도 폐지 등 공정보도 무력화하고
내부 비판 기자들에 보복인사 등 징계 휘둘러
사장추천방식 개선 등 공영언론 위상찾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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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로 ‘맹물 전투기’를 폭로하고, 대기업 회장 아들의 치부를 드러냈던 자랑스러운 회사의 과거가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 주십시오.”(지난 5월23일 연합뉴스 막내기수인 35기 성명 중 일부)


연합 막내 기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옛 영광’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공병설 기자(전 노조위원장)는 경영진의 보복징계로 25개월 동안 지방으로 좌천됐다가 지난 5일 서울 본사 발령을 받았다. 공병설 기자는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보복폭행 사건(2007년)을 세상에 알려 제39회 한국기자상(취재보도 부문) 등을 받았다.


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일부 언론사가 손잡은 반면 연합은 뿌리쳤다. 국가기간통신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기간통신사의 근간은 흔들렸다. 연합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본분을 망각한 채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하는 ‘해바라기’가 됐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 및 사장 선임 방식 개선뿐 아니라 공정보도를 위한 내부 문화 쇄신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가 눈에 띠면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외압으로부터 언론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공영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셈이다.


박정찬 사장 시절인 2009년 9월 4대강 사업을 앞둔 특집 기사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찬반논란에도 정부측 주장을 편향되게 반영했다는 게 당시 연합 공정보도위원회의 지적이다.


이어 2012년 12월 대선 직전 미국 타임지에 나온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표지 제목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연합은 <The Strongman’s Daughter>라는 제목을 ‘실력자의 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경향(권력자의 딸), 한겨레(철권통치자의 딸) 등 진보매체는 물론이고 조선일보 인터넷판(독재자의 딸) 등과도 비교될 정도였다.


송현승 사장 체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3년 5월25일 <MB ‘노무현 4주기’ 골프 논란…친노 비판>기사는 지연 처리해 논란을 키웠다. 2014년 4월24일 세월호 사고 당시 <물살 거세지기 전에…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기사 역시 단순 실수로 보기엔 오보에 따른 파장 큰 보도였다.


공정성 등을 둘러싼 시비는 박노황 사장 체제에서 극에 다다랐다.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국론이 분열된 당시 <‘명품 교과서’ 공은 교육부…朴대통령은 당분간 외교주력>기사(2015년 10월28일자)도 도마에 올랐다. 반면 현행 교과서는 ‘좌편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 민심이 들고 일어섰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기계적 중립을 명분으로 보수단체의 목소리마저 뒤섞여졌다는 게 연합 기자들의 반응이다.


이처럼 연합이 정부 눈치를 보는 이유는 정보이용료(구독료) 명목으로 받은 정부 지원금(연간 340억원 내외)도 한 원인이지만, 그보단 연합 사장이 되기 위해선 청와대와의 교감이 필수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노황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이어 국기게양식 행사 등 정권 코드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연합 관계자는 “신사옥 입주 이후 관련 법령에 따라 행사를 치른 것 뿐”이라고 밝혔지만 ‘정권 코드 맞추기’용 행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이후 공정보도를 무력화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행보 역시 서슴지 않았다. 취임과 함께 공정보도를 위한 장치인 편집총국장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공정보도 수호를 위해 103일간 파업을 주도했던 공 전 위원장을 포함해 파업에 적극적인 기자들을 지방으로 발령했다.


비상경영 등을 이유로 본사와 지방취재본부 인력 간 인사장벽을 철폐하겠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명분이나 실리 모두 저버린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내부비판 목소리는 징계 등을 앞세워 철저히 억압했다. 지난해엔 오보를 낸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사규를 신설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연합의 공정보도에 대한 의지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고사되기 시작해 현 경영진 체제에서 짓밟혀졌다는 게 연합 기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연합 노조가 2011년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와 경영진 출범 이후 이전에 비해 보도가 덜 공정해졌다’는 답변은 58.7%로 나타났다. 가장 공정성이 취약해진 보도 영역으로 ‘청와대·정부 등 정치권력’(83.8%)을 꼽았다.


이어 현 경영진 출범 이후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지난해 11월 노조 설문조사에선 박노황 사장 체제 출범 후 연합뉴스의 보도 공정성에 대해 ‘매우 나빠졌다’ 49.7%, ‘나빠졌다’ 32.6%로 응답자의 약 8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80%가 넘는 조합원이 부정적으로 답했다는 것 자체가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공정보도 등을 요구하며 성명을 낸 연합 한 기자는 “사내 일부에선 성명을 내는 것을 그만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가기간통신사로 연합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선 정치권의 인식전환 못지않게 내부 구성원들의 의지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주영 연합 노조 위원장은 “공영언론으로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정부·여당에 유리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 및 사장 추천방식의 제도 개선과 함께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정보도를 위한 내부 문화 쇄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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