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 구성원들의 퇴진요구에 직면한 KBS, MBC 사장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교체 후 잔여 사장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리며 외부평가에 신경 쓰고 있다는 해석이 안팎에서 나온다.

MBC는 지난 4월부터 방송 프로그램 홍보 보도자료에 ‘MBC(사장 김장겸)’, ‘MBC(대표이사 김장겸)’ 등의 문구를 넣었다. ‘회사명’과 ‘대표이름’이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다큐 등 MBC 상당수 TV·라디오 프로그램 홍보자료에 포함돼 배포되고 있는 것. 기념식이나 행사, 이벤트 등을 제외하면 대표 직함이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타 지상파는 물론 MBC에서도 그 전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방송사 구성원 중 일부는 이런 ‘변화’를 ‘비판보도 밀어내기’ 행태로 보고 있다. ‘MBC’나 ‘김장겸’을 키워드로 포털 검색 시 비판보도만 넘쳐나자 거의 매일 나가는 프로그램 홍보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밀어내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MBC 한 기자는 “아는 기자가 MBC 홍보 담당자 등이 ‘사장 김장겸’문구를 기사에 꼭 표기해달라고 읍소하며 다닌다는 말을 했다. ‘검색하면 안 좋은 것만 나오니까 안 보이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겠나’라는 얘길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안 좋은 소리가 듣기 싫으면 그런 소리 안 듣게 경영을 하면 되는데 할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나 싶다. 너무 얄팍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포털 네이버에서 ‘MBC 김장겸’을 검색어로 찾아보면 지난 4월4일자 MBC 드라마 보도를 시작으로 거의 매일 프로그램 홍보기사에 해당 문구가 들어간 것이 확인된다. 해당일자 전엔 비판보도가 대다수였고, 행사에서 한 발언 등을 다룬 뉴스만 일부 나온다. 현재는 사장퇴진 요구, MBC보도 비판 등과 홍보 보도가 뒤섞여 검색된다. 이와 관련 MBC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홍보팀 관계자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를 정권교체 후 공영방송사 사장 퇴진요구가 잇따르는 배경 속에서 외부평가를 의식한 행보로 보는 시선도 있다. MBC뿐 아니라 KBS에서도 구설수를 줄이려는, 조심스러운 스탠스가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S는 지난 13일 상사에 대한 욕설 등이 포함된 자사보도 비판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해임된 직원 신 모씨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지난 2015년 11월 해고됐던 신씨는 복직을 했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달 26일 1심 결과를 인용, 해임처분이 무효하다고 판결한 것을 받아들인 셈이다. 앞서 기자협회보 기고로 자사 간부를 비판한 정연욱 기자를 제주로 발령 내며 시작된 소송에서도 KBS는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 모두 노사 간 소송 전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KBS 한 기자는 “메시지가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고 사장은 반대했다고 하는데 참모들이 강력하게 요구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고 들었다”며 “요직에 대한 인사가 안 되고 있고, 성명에 이름을 올린 간부에 대한 보직해임 내신 역시 인사발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부 잡음을 줄이려고 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