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의 헛발질은 언제 멈출까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시작은 지난 4월19일. 테레사 메이 총리는 하원에 나와 2020년에 예정되어 있던 총선을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바로 “야당 때문.” 노동당이 자신이 추진하는 ‘하드 브렉시트’안에 시비를 걸어서 곧 있을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준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는 19일부터 시작될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의 총리는 유럽연합의 수장들과 함께 영국이 완벽하게 회원국 자격을 포기할지 여부를 결정한 후, 탈퇴 이후에는 어떤 식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을지 협의한다. 약 2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긴 협상을 앞두고 메이 총리는 총선을 원래대로 3년 후에야 치를 경우 유럽연합이 불안정한 영국 정치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며 조기총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에서는 야당대로 그 계획을 반겼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총선은 “영국 국민이 새로운 정부를 선택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복지 혜택만 줄여 온 보수당 내각을 심판하겠다고 호기롭게 밝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언론에서 이 발언을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보수당과 메이 총리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실시안이 생각보다 쉽게 통과되자 보수당의 지지율은 한달 가까이 상승세를 그렸다. 신문사, 금융권, 언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5월18일, ‘텔레그래프’의 조사에서 보수당은 100여석 이상으로 야당과 격차를 늘릴 것이라 여겨졌다. 다음 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 모리 역시 보수당이 49%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 거들었다.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보수당 입장에서) 일이 꼬인 걸까. ‘가디언’의 지난 10일 칼럼에 등장한 표현을 빌리자면, 메이 총리가 쏘아 올린 공은 어느 순간 “장엄하게, 우아하게, 몇 마일이나 떨어진 곳으로 비켜가 버린” 걸까? 지난 11일, BBC의 마지막 집계 결과 보수당은 원래 가진 의석수에서 13석을 잃었고 노동당은 거꾸로 30석이나 늘렸다. 보수당은 여전히 318석을 가진 제1당 자리는 지켜냈지만 입법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과반수 의석 확보에는 8석이 부족해 실패했다.


영국 언론에서는 이번 조기총선의 드라마틱한 결론을 두고 보수당과 메이 총리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게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보수당은 선거 기간 내내 메이 총리를 앞세운 이미지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실제 영국신문협회의 지난 달 연구결과, 소셜미디어에 보수당 계정으로 올려진 75%의 포스트들에서 메이 총리의 이름이 등장했다. 노동당의 계정에서 19%의 포스트들에만 코빈 대표 이름이 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노동당은 정반대로 공약집에 승부를 걸었다. ‘레이버 매니페스토(Labour manifesto)’라 불리는 압축한 공약집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젊은 유권자들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총리직에 대한 권력욕을 드러내지 않고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코빈의 “정직함”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메이 총리의 이미지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녀는 전임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로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나면서 예기치 않게 총리직에 오른 인물이다. 첫 정치적 이벤트를 얼마나 카리스마 있게 이끄느냐에 언론의 주목이 모아졌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총선 토론회에 내무부 장관을 대신 보내는가 하면, 노인들의 요양비에 대한 사회부담을 축소하겠다는 공약으로 보수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인층마저 분열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총선을 일주일도 채 안 남기고 런던브리지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나 메이 내각의 안보책임론까지 대두됐다.


메이 총리와 전 내각에서 함께 일했던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메이는 이제 (정치적으로) 사형을 앞둔 사형수 신세”라고 11일 ‘앤드류 마’쇼에 나와 단언했다. 같은 날 BBC는 결국 메이 총리가 민주연방당(DUP)과 손잡아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도했다.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