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사장 퇴진하라"...커지는 KBS 정상화 목소리

노조, 직능단체, 기자 연이어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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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부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는 물론 개별 기자들까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KBS 20년차 이상 기자 72명은 지난 24일 사내 게시판에 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의 사퇴와 구성원들의 퇴진 투쟁 동참 등을 촉구했다. 20년차 이상 기자들은 성명에서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상 숭고한 가치를 정권에 헌납하는 대가로 승승장구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고대영 현 사장”이라며 “고대영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에 올랐고, 박근혜 정권 때 사장에 오른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2월 총파업 당시 비상총회를 연 모습.


이들은 2009년 1월 용산참사 축소·편파 보도,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황색 저널리즘식 보도 및 서거 후 추모현장화면 배제,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KBS기자들의 특종 가로막기, 4대강 사업 지적방송 축소, 윤도현 씨 등 방송배제에 따른 블랙리스트 파문,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낙종시키기, 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 등을 고대영 사장이 보도국장·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벌어진 일로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고대영의 언론 통제와 탄압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파괴한 것”이라며 “본인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공공재인 방송을 무력화하고 보도를 유린한 ‘반 헌법적’ 행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많은 KBS인들이 지금 고대영을 사장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해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며 “부역 언론인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고대영 사장의 퇴진, 기자협회의 뉴스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비상기구 구성 촉구, 양대 노조와 모든 협회, KBS 모든 구성원들의 퇴진 투쟁 동참 등을 호소했다. 

KBS PD협회도 성명을 통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PD협회는 “고대영 사장의 용퇴만이 KBS와 후배들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24일 성명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고의에 가까운 낙종사태와 소극적 방송으로 일관, 결과적으로 KBS가 보여준 반공영적 방송에 대해 책임지라는 것” “고대영 사장이 이끄는 KBS의 방송가치가 박근혜 탄핵과 대통령 선거과정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라고 사퇴를 촉구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고대영 사장에게 용퇴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PD협회는 “30년 넘은 경력의 베테랑 기자로서, 방송 선배 고대영 사장의 경력과 경륜을 존중한다. 이제 그 경륜과 안목으로 현재 KBS의 처참한 몰골과 후배 방송인들의 힘겨운 분투를 직시하길 바란다”며 “용퇴를 간곡히 권유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전직 KBS기자협회장 11명이 성명을 내고 “무너진 저널리즘을 바로 세우자”고 천명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의 성과를 언급하며 “그러나 그 영광의 기록 어디에도 KBS자리는 없을 것이다.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기자협회 총회 소집을 통한 KBS저널리즘 복원에 대한 토론 실시, 고대영 사장의 사퇴, 보도국장과 주간단 등의 인사위 회부 등을 요구했다. 

개별 기자들의 성명도 잇따랐다. 라디오제작부 김영근 기자,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이 각각 성명을 내고 고 사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영근 기자는 KBS의 위기에 대해 “그 본질은 바로 신뢰성의 위기”라며 “헌정사상 아마도 가장 비정상적이었을 정권에 낙점돼서 어용방송이란 비판을 받게 만든 그 당사자가 갑자기 새롭게 거듭나서 오로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영방송의 주역이 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나”라고 했다. 이어 “지금 물러나면 잠시 서운하고 힘들겠지만 KBS의 소망스런 새 날을 여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후배들을 위한 결단을 요청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과거 정연주 사장 퇴진에 대해서는 반대하던 자들이 왜 현 사장의 퇴진을 거론하느냐는 반대 주장도 나오고 있다”며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형식논리 또는 좌우파나 진보 보수의 프레임이 아니라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대명제 하에 과연 그동안 누구를 대신해 KBS를 지배했으며 누구를 위한 방송을 해왔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사장이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대신해 KBS를 이끌고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한 방송을 해왔음이 명백하다면 그에 대한 퇴진 주장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4일 중앙위원·지부장 및 집행부 결의문을 통해 “어떤 방식의 투쟁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1600조합원들과 함께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나갈 것임을 결의한다”며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KBS를 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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