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슈' 주목 끌었지만 언론사별 온도차

<강남역 살인사건 1주년>
일상 속 여성문제 조명 눈길
남녀 구도싸움 기사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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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 언론에 어떤 의미였을까. 주류 언론이 ‘젠더이슈’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1년 새 언론별 온도차는 컸다. 거대담론 차원을 넘어 일상에서 이를 조명하려는 시도까지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1주기를 맞아 상당수 신문과 방송이 관련 보도 등을 내놨다. 한국은 이날 1·12면(총 4개), 한겨레는 2면(2개), 경향은 12면(4개), 국민은 12면(2개, 여혐 대학 단톡방 기사 포함), 서울은 10면(3개, 피해자 부모 범인 소송) 등에서 기획 등을 선보였다. 동아는 지난 16, 18일 12면(3개)에 조선과 세계는 지난 18일 각각 12면(2개), 11면(2개, 이상 사진 포함한 갯수)에 관련 기사를 담았다. 방송 역시 KBS 20번째, SBS 16번째, JTBC가 15·16번째 꼭지로 메인뉴스에서 이를 조명했다.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을 상징하는 천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드러난 극단적인 비중 차이는 주류 언론에서조차 이 사안의 경중에 대한 인식차가 여전하단 사실을 방증한다. 어떤 언론은 크게 다뤘고, 어떤 언론은 아예 다루질 않았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사건이 터진 그 시절의 맥락이란 게 있다. 이전에는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걸 문제로 보게 된 걸 사회가 같이 인식해야 하는데 여성들의 예민함으로 본다. 남녀 구도의 싸움으로 보는 기사들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점은) 누가 가해자냐가 아니라 왜 발생하냐인데 ‘묻지마 살인’이란 단어와 접목되며 해결의 주요 키워드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부 언론은 하나의 이벤트나 거대담론 차원이 아닌 우리 일상에 깃든 여성문제를 조명하는 고정 기획을 선보이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가장 사소한 게 가장 정치적인 것이란 인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의 ‘사소한 소다’, 시사IN의 ‘불편할 준비’ 등이다. 각각 지난해 8월, 지난 2월 시작된 이 기획은 기사와 기고라는 포맷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상상치 못했던 누군가의 ‘일상’이 사실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지적, 고백, 비판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불편할 준비’를 기획한 장일호 시사IN 기자는 “페미니즘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차원이고, 그런 일상적인 문제의식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라며 “분위기나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건데 담론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봤다. 필진에게 소소한 이야기를 부탁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소한 소다’를 전담하고 있는 박소영 한국일보 기자는 “계기는 강남역 살인사건이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걸 봤다.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얘길 전하는 곳이 없었다”며 “어느 한쪽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가해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우자고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일부 신문사 등에서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1주기 당일인 17일 뿐 아니라 전후에 내보낸 것이 확인돼 25일 오전 수정하였습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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