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공영방송 KBS 정상화 목소리

KBS본부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 언론 부역자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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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신호탄이 된 YTN에서 조준희 사장이 정권 교체 후 열흘 만에 사의를 밝히고 물러난 가운데 KBS에서도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 부역자 청산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9일 이 같은 취지를 담은 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KBS를 망가뜨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공정 방송 행위를 자행한 몇몇 책임자들 역시 당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엄중한 경고와 함께 요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KBS 양대노조 조합원들은 지난2월 ‘공정방송 쟁취’와 ‘보도참사·독선경영 심판’을 부르짖으며 하루동안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비상총회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 모습.


KBS본부는 “단지 두 사람이 탄핵당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놓은 KBS가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청와대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KBS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광장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라고 사퇴요구의 이유를 밝혔다. 

KBS본부는 아울러 함께 물러나거나 징계를 받아야 할 각 국 주요 간부의 이름도 같이 제시했다. 라디오1 프로덕션 이 모 국장,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 TV프로덕션1 김 모 국장 등이 그 대상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라디오 프로덕션1 이 모 국장을 “오랫동안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를 드러내며 주변 동료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켜” 왔다고 평가하며 직위에서 물러나 근신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 모 국장은 지난 9일 개표 관련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갑자기 들어와 방송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편향된 지시를 내렸다. 출연자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권력을 국민들의 힘으로 물러나게 한 선거”라는 발언한 데 대해 “어떻게 국민들의 힘으로 물러나게 한 거냐? 모든 국민이 다 그런 거 아니지 않느냐?”며 흥분한 상태로 담당 PD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또 PD가 고정 연사 후보 명단을 가져오자 “‘이들이 좌빨이 아닌 이유를 5가지씩 적어보라’고 지시한다거나, 극우적 성향의 특정 인사들을 패널로 섭외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고 노조는 전했다. KBS본부는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자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근조 헌법재판소’라며 반헌법적 사고를 드러냈으며, ‘5·18 항쟁 북한군 침투설’ 등 가짜뉴스를 링크하는 등의 행위로 제작가이드라인 32장 소셜미디어 이용원칙을 여러번 위반했다”고 게재했다.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 역시 거론됐다. KBS본부는 “무엇보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KBS뉴스를 참사 수준으로 몰락시킨 인물로 정 모 통합뉴스룸 국장이 있다”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KBS 보도를 편파로 얼룩지게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뉴스를 총괄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 국장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편집증적인 헐뜯기 보도와 과도한 북한, 안보 뉴스로 인해 선거의 관심과 초점을 흐린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다”며 “반드시 단죄해야 할 인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TV프로덕션1 김 모 국장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했다며 문책을 요구했다. 탄핵 국면에서 제작가이드라인을 엉뚱하게 적용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출연을 금지시켰고, 이에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의 강한 반발을 자초, 대선 후보를 초청하려던 예능 프로그램을 좌초시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KBS본부는 “김 국장은 이보다 앞서 ‘아침마당’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정한 룰마저 깨버리며 경제전문가 선대인 씨를 억지 하차시켜 블랙리스트 논란을 KBS에 다시 불러들였다”며 “김 국장이 과거 MB정권, 김인규 사장 시절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앞장선 당사자임을 돌이켜 볼 때 이 같은 참사는 이미 예견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KBS 홈페이지 갈무리.

KBS본부는 “불공정, 편파 방송의 책임자들은 비단 위에 거론된 몇몇이 다가 아니다”라며 “2008년 이후 우리의 일터 KBS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기록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정권 시절 공영방송을 유린한 언론장악과 부역행위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담은 백서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YTN 조준희 사장의 사의 표명을 언급,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신호탄이 된 YTN에서 가장 먼저 정상으로의 회복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제 공영방송 KBS차례”라고 덧붙였다. 

앞서 YTN 조준희 사장은 19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조 사장은 공정방송과 해직자 복직 문제를 두고 내부 기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10일 ‘언론적폐 낙하산 인사는 즉각 물러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고, 이후 100여명이 넘는 기수 성명이 잇따르며 조 사장과 보도책임자에 대한 사퇴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한편 고대영 KBS사장은 2015년 11월 임명돼 3년 임기 중 1년 6개월이 남은 상태다. 김장겸 MBC 사장은 올해 2월 임명됐다. 지난 2015년 8월 임명된 KBS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잔여 임기 역시 1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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