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퇴진은 'YTN 리셋'의 첫걸음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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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장미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적폐청산’을 외친 문재인 대통령이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펼쳤던 정책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 앞서 진행된 한국기자협회-SBS 주최 합동 토론회에서 그동안 공영방송이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항의하다가 쫓겨나거나 징계받은 언론인들을 전원 복직시키겠다”며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방송장악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이 보인 행태를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보낸 낙하산 사장에 맞서 투쟁하다 기자 6명이 해고됐던 YTN에서는 자체적으로 적폐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9년 배석규 사장대행이 일방적으로 보도국장 추천제를 폐지한 지 8년 만에 노사가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는 사측의 독단적인 국장 임명을 막을 수 있는 조처이자 보도국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필수적 장치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사장추천위원회 부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YTN 노조는 새 정부가 출범한 첫날 해직자 문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조준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도 공정성 저하, 방만경영, 경쟁력 악화를 야기한 무능한 사장의 용단을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조 사장이 해직기자 복직 조건으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YTN 내부의 분위기는 악화됐다. YTN 기자협회와 보도영상인협회에 이어 부장급인 공채 2기와 3기에 이어 4·8·11기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면서 조 사장의 사퇴를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업은행장 출신인 조준희 YTN 사장은 2015년 3월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어떻게 왔는지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는 안갯속 선임이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특종 기사를 불방시킨 인물을 요직에 중용하며 사원들의 비판을 샀다. 그 사이 YTN은 ‘부역언론’으로 내몰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YTN의 많은 구성원이 바라는 그의 퇴진은 9년간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YTN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YTN과 마찬가지로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상실한 채 정부 편향적인 기사를 쏟아낸 MBC와 KBS는 아무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특히 언론인 6명이 해직되고 기자와 PD 100여 명이 현업에서 배제된 MBC는 사측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MBC 사측은 유튜브에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와 ‘탄핵’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에 관련해 인터뷰에 응한 MBC PD협회장을 징계한 데 이어 기자와 PD 4명을 또다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중 현직 기자와 PD 2명은 세월호 인양과 6월 항쟁을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회부 이유였다.


지난 9년간 한국의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실망만 안겨줬다. 사측의 구미에 맞는 기사 제작을 요구하고, 사원을 동반자가 아닌 단순한 부하 직원으로 여김으로써 갈등을 촉발했다. 국민은 정권에 부화뇌동하는 방송이 아니라 당당하게 비판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송을 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간의 잘못을 시인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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