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포커스뉴스의 기사를 찾습니다

기사 삭제 등 편집권 침해 논란
비대위, 홍기태 회장 퇴진 운동
사측 "법적 리스크 고려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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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포커스뉴스에서 정치 기사 101건이 사라졌다. 대선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10일 새벽부터 출고한 <대통령 문재인 100人> 기획기사들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100명을 추려 프로필을 정리한 것이다.


기자들이 대선 투표일 밤새워 쓴 101개 기사는 출고 하루 만에 일방적으로 삭제됐다. 일선 기자뿐 아니라 기획을 진두지휘했던 이승재 정치사회부문장도 그 이유를 듣지 못한 채였다. 기자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회사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여전히 101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은 참고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기사 삭제는 빈번했고 ‘기사를 써라, 쓰지 말라’는 지시도 계속됐다. 대선 당일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기사도 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후보 발언, 논평을 넘어 선관위 공식 실시간 투표율 기사마저 쓰지 못했다.


▲포커스뉴스 기자들이 편집권 침해를 비판하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한 데 대해 회사가 15일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포커스뉴스 메인 화면에 올라온 사측의 입장문.

일련의 지시에 포커스뉴스 사주인 홍기태 솔본그룹 회장이 있다고 기자들은 말한다. 포커스뉴스의 한 기자는 “회장의 의견이 한대희 대표이사 겸 편집인 등을 통해 반영된다는 것은 구성원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한 대표에게 ‘윗선의 지시 때문이냐’고 물었을 때 부인한 적이 없다”며 “특히 대선에서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특정 후보에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고 유리한 것을 키우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101개 기사 삭제에 반발하던 이승재 부문장은 11일 자택 대기발령을 받았다. 그는 포커스 구성원 일부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선 보도 전후 과정에서 홍 회장은 대표이사 겸 편집인, 편집국장을 통해 납득할 수 없는 편집권 침해, 대선개입 행태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선 당일 투표 종료까지 그 어떤 정치 기사도 싣지 말라는 지시에 반발해 스스로 출고권한을 포기하기도 했다”며 “(대선)담당 데스크로서 수없이 절충을 시도했다. 하지만 (11일에도) 일방적으로 기사가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사 대거 삭제는 기폭제가 됐다. 편집권 침해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모인 것이다. 기자들은 한 대표를 찾아가 재발 방치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포커스뉴스 언론자유 쟁취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사주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이 언급한 윗선의 부당 지침과 기사 삭제는 수차례였다. 지난 2일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취재와 기사작성을 배제하라는 지시에 이어 8일에는 홍준표 후보 ‘영감탱이 호칭 논란’ 기사 3건 삭제, 대선 당일 개표 전까지 대선 관련 모든 기사 출고 금지 지시가 내려졌다. 9일에는 ‘산둥성 유치원 버스 사고’ 관련 정당논평 기사가 출고되지 못했다.


비대위 준비위는 11일 낸 성명에서 “한 대표는 2일 기자들에게 ‘기사 삭제를 쉽게 결정 않도록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또 이날 ‘경영하시는 분이 소신을 뚜렷하게 갖고 계신다, 경영진의 직관이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사주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언론사의 편집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기자들의 성명이 허위사실에 기인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15일 자사 홈페이지에 ‘비대위 성명서에 대한 포커스뉴스의 입장’을 발표하고 “일부 기자들이 회사의 방향과 진정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명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편집에 관한 모든 권한(기사 출고 및 수정·삭제 권한)은 모두 자신에게 있다”면서 사주의 편집권 침해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유승민·심상정 후보 배제는 사실이 아니며, 홍준표 후보 ‘영감탱이 논란’ 기사는 ‘후보 간 도를 넘은 인식공격성 발언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산둥성 유치원 버스 사고에 대한 정당논평 기사는 ‘굳이 기사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해 삭제했다’고 했다.


<대통령 문재인 100人> 기획 101건 기사에는 더 자세한 이유를 들었다. △100인 판단 부적절 △편집인·편집국장과 상의 않고 선정 △누군가에게 청탁받은 기사라는 의문 △당사자에 취재동의 여부 △명예훼손·초상권 등 법적 리스크 등 7가지를 고려해 기사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16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수많은 변수 때문에 기사를 삭제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이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다시 올릴 용의도 있다”며 “정치부 기자들이 중심이 돼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 모두 해사 행위”라고 말했다.


포커스뉴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던 날 비대위 구성에 주도적이었던 기자 2명에게도 자택 대기발령을 내렸다.


기자들은 한 대표가 발표한 회사의 공식 입장을 재반박하는 성명을 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15일 저녁 비상총회를 열고 비대위 공식 출범을 선언하기도 했다. 16일에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5·18광주 민주화운동, 촛불집회 관련 기사나 사진을 메인 페이지에 올리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편집팀 구성원의 폭로도 이어졌다.


포커스뉴스 한 기자는 “편집권 독립을 이야기하기 전에 기자로서의 양심과 인권, 상식적인 언론사의 모습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언론을 사유화하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홍 회장의 퇴진을 계속해서 외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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