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YTN·MBC 경영진의 위험한 도박

해직자 복직 퇴직금 연계에
조준희 사장 퇴진 목소리 봇물
MBC, 기자·PD들 인사위 회부
노조 "경영진 퇴진운동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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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이제 모든 걸 바로 잡아야 하는 적폐 청산의 봄이 왔다. 9년 전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해직 당했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동료가 3명이나 있다. 조준희 사장은 즉각적인 사퇴를 통해 YTN 구성원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YTN 공채 2기)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적폐가 걷어치워지는 사회 분위기를 국민 대다수가 열망하고 있다. 적폐를 그대로 떠안고 YTN이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준희 사장 이 머무르는 한 YTN은 지금 이 상태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YTN 공채 3기)


“‘좋은 방송 없이 좋은 경영 없다’고 외친 취임사와 달리 과거 공정성 1위였던 YTN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가슴 아프게 시청률도 떨어졌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YTN을 만들겠다’던 약속도 공수표로 만들었다. YTN의 공정성을 되찾고 품격도 높여 시청자의 마음도 되찾아야 한다.” (YTN 공채 8기)


YTN에서 조준희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밝힌 ‘언론적폐 낙하산 인사는 즉각 물러나라’는 내용의 성명 이후 100여명이 넘는 기수별 성명까지 쏟아지며 조 사장을 비롯한 보도책임자들에 대한 사퇴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조 사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며 해직자 복직을 거듭 약속했지만 지난 2년 동안 말로만 복직을 이야기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사장의 모습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노사는 지난달 말 보도국장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때 보도국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와 공모를 통해 서류와 면접 과정을 거쳐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부활시키는 데 연이어 합의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듯 했지만, YTN의 오랜 숙원인 해직자 복직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원점으로 돌아왔다. 

▲언론노조 YTN지부 집행부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직자 복직과 보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특히 최근 조 사장이 해직자 복직 조건으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내놓으며 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기자들은 “내부구성원들의 손해를 대가로 지불해야 복직을 논의한다는 저열한 조건”이라며 “해직자 복직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사측은 해직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의 복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행동하지 않았다”며 “지난 8년간 벌어진 비정상으로 기울어진 데는 내부 부역자 책임이 크다. 적폐 청산부터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 내부에는 언론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국정농단에 가담한 언론인들이 수도 없이 많아요. 언론부역자를 세밀하게 가려내서 보도 붕괴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적폐 청산 없이  MBC뉴스 회복은 거의 불가능해요. 그 간부들이 그대로 뉴스를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보도정상화가 되겠어요.”(박성제 MBC 해직기자)


새 정부 출범 후 MBC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까. 내부에서는 여전히 보도 참사에 대한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대다수 보도국 간부들은 자리를 보존하며 반발하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MBC의 한 기자는 “마치 폭풍이 오기 바로 직전 상황처럼 조용하다. 대선 이후에 과도기적인 측면도 있어서 노사 어느 한 쪽도 행동하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잠잠해지면 또다시 물어뜯는 방식으로 여론 왜곡을 일삼을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사측은 그간 보도를 놓고 이견을 보인 언론인들을 현업과 무관한 부서로 전보했다. 그 자리는 새로 채용된 수십여 명의 경력기자로 채워졌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행한 파업 이후 해고된 MBC 언론인은 6명. 타 부서 전보까지 합치면 100여명이 넘는다.


오는 17일 인사위원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묵인·축소로 일관하는 내부 보도 병폐를 고발하다 ‘출근정지·근신’ 처분을 받은 막내기자들(곽동건·이덕영·전예지)과 회사의 허가 없이 타사와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 조치를 받은 송일준PD의 재심이 열린다. 이날 뉴스데스크의 인터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김희웅·이호찬 기자의 징계 방침도 다뤄질 예정이다.


명단에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세월호 아이템을 다룬 조의명 기자와 ‘6월 항쟁’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던 김만진 PD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조 기자는 지난달 26일 ‘세월호, 1073일 만의 인양’ 리포트를 제작하던 중, 몇몇 표현을 수정하지 않으면 불방하겠다고 막아선 간부와 이견을 보인 게 문제가 됐다. 김만진 PD도 사측이 제작 중단을 지시한 6월 항쟁 다큐를 계속 만들었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됐다.

▲지난 2월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김장겸 사장 취임식에서 수십여 명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언론자유와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언론노조 MBC본부)


MBC의 한 기자는 “징계까지 가는 건 놀랄만한 사안은 아닌데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우려스럽다”며 “그나마 보도가 자유로웠던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최근 소속 기자 2명이 뉴미디어뉴스국으로 전보되는 등 물갈이 바람이 불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YTN만큼의 눈에 띄는 움직임은 아니지만 MBC에서도 김장겸 사장과 보도책임자들의 사퇴 압박이 시도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6일 “징계 대상은 일선 기자와 PD가 아니다. 공정방송과 방송의 독립성을 파괴하고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불법 행위를 저질러온 전·현직 경영진과 이들에 부역한 간부들”이라며 “언론 적폐의 상징, MBC 경영진에 대한 전면적인 퇴진 운동이 임박했다”고 투쟁을 암시했다.


언론계에서는 조만간 MBC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불어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MBC 출신 한 언론인은 “언론부역자들이 회사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밀어내야하지 않겠나”며 “경력기자들의 거취 문제에 있어서도 이견이 갈리는 걸로 알고 있다. 적폐 청산은 물론 내부의 조직 개편도 고민해야할 문제”로 봤다. 한 일간지의 기자도 MBC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약속을 지키고, 내부에서는 조직 개혁을 하는 방식으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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