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선임기자, 청와대 대변인 안가기로

후배들 만류에 입장 정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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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청와대 대변인 내정설이 돌던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12일 대변인 직을 고사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김 기자는 이날 한겨레 임원과 한 통화에서 대변인 직을 고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대변인 내정설이 돌면서 한겨레 내부가 발칵 뒤집히고 후배들이 간곡하게 만류함에 따라 대변인 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 기자는 지난 10일 저녁 구두로 회사에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청와대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 때문에 한겨레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한겨레는 11일 지면에 보도됐던 김 기자의 칼럼 <정권교체의 숨은 의인>을 즉시 보류 조치해 온라인에서 볼 수 없게 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만에 하나 청와대로 갈 경우를 대비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0.001%라도 발생하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었다”며 “확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기사를 보류하는 것이 기존 대응 방침”이라고 밝혔다.


평소 그와 막역했던 후배 기자들은 직접 김 기자를 찾아가 상당 시간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 또 많은 후배 기자들이 김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청와대행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후배들의 설득에 김 기자는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은 이번 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20일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신문 지상에 등장시키고 이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견인해 정권 교체까지 이끌었던 기자가 대변인으로 가려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한겨레 한 기자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키고 그로 인해 정권을 바꾼 기자가 새로운 정권의 대변인으로 간다면 한겨레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민경욱, 김성우와 다를 바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반박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그동안 한겨레가 청와대로 직행한 언론인들을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수차례 썼는데, 그와 똑같은 일이 한겨레 안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우리 내부에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큰 상처가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자들의 정치권 직행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론 김 기자가 사표를 내지 않았고 청와대에서의 공식 발표도 없었기 때문에 입장 정리는 따로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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