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확산되는 증오 콘텐츠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에게 극단주의자 콘텐츠 유통에 대한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특정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편파 발언, 증오 연설(hate speech)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증하는 한편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하원은 특정 국가에서 제재가 어려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이 영국 내에서 유통하는 극단주의와 증오범죄의 소재가 될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제거하는지 감시할 계획이다. 일정 기간 내 제거하지 않을 경우 수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강경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직접 나서게 된 배경에는 지난 1일 발표된 ‘증오 범죄와 그 폭력적 결과에 대한 조사’ 보고서 결과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원의 의뢰로 1년여의 조사 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보고서는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공익’보다는 ‘사익’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으며 이들이 극단주의자와 증오 범죄의 소재가 될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제거하는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광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부유한 회사들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콘텐츠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는 “창피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하원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동영상 콘텐츠들이 공유되는 사이트인 유튜브가 보고서에서 언급됐다. 지난 3월 중순, ‘가디언’과 ‘더타임스’를 비롯한 영국의 유력 일간지들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 단체의 지도자 출신인 데이비드 듀크와 이슬람 강경파 지도자인 와그디 고네임의 유튜브 연설 영상들에 다름 아닌 영국 정부와 막스앤스펜서 등의 영국 대기업의 광고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이에 3월21일,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의 유럽 법인 사장이 직접 영국 런던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영국 정부를 비롯한 광고주들에게 사과했지만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문제가 언론을 통해 대거 보도된 후에도 같은 매체를 통해 지하드 조직과 네오 나치 그룹 등 유럽 내 극단주의와 국수주의와 관련된 조직들의 신병 모집 동영상이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어떠한 제한 없이도 일반에 공개되어왔다. 그 외 소셜미디어들에서도 아동학대와 소아성애의 이미지들이 버젓이 공유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현재 영국에서는 이들 회사들이 이러한 위험한 콘텐츠를 방치해도 정부 측이 제재할 어떤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영국 하원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이번 유튜브 사건은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 중 하나가 증오로 수익을 얻는 한편, 그러한 극단주의자들에게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이러한 기업들이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자체 규제하는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 방식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영국 정부가 새롭게 규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일정 기간 안에 불법적 콘텐츠를 제거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원에서는 축구장에서 불법적 행위나 난동을 제재하지 않을 경우 축구장 소유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과거에 문제 없이 통과시켰다는 점을 들어 이번 제재안 역시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은 콘텐츠에 대한 감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원 측에 공식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구글 측은 하원의 보고서와 달리 자신들은 극단주의자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것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거하고 모니터링하는 부서에 현재 어느 정도의 인원이 배치되었는가에 대한 하원의 공식 요청에는 이들 모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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