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바이러스' 지역MBC까지 퍼지나

대전MBC, 7분 지각·방송 지연 구실 징계
춘천MBC, 임금교섭중 노조위원장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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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MBC 구성원들이 사측의 징계 등으로 잇따른 수난을 겪고 있다. 대전에선 7분 지각 등을 사유로 기자들에게 징계가 내려졌고, 강원도 춘천에선 임금교섭을 시도하던 노조위원장이 징계를 받았다. 이에 반발해 피켓팅 시위를 하던 조합원들에게 사장이 조롱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전MBC(사장 이진숙)는 지난달 25일 기자협회 회장이자 노조 민실위 간사인 이교선 기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노사협의회가 열린 지난달 11일 이교선 기자가 7분을 지각하고 취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지난 3월 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에 책임을 물어 제작을 담당한 이승섭 기자에 대해서도 인사위를 열었다. 그 결과 회사는 지난달 28일 이교선, 이승섭 기자에게 각각 감봉 1개월·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교선 기자는 인사위 결과 통보일 홍성지사 발령 처분도 받았다.


기자협회와 노조는 이번 사태를 사측의 제작자율성 침해 및 보복성 징계로 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입사 후 처음으로 다큐 제작을 맡은 이승섭 기자는 제작과정에서 보도국 간부들에게 과도한 내용 수정 등을 요구받고 괴로워하다 무단결근을 했다. 해당 다큐는 결국 지연 방송됐다. 이교선 기자는 이후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노조 대표로 참석, 이에 대해 제작자율성 침해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노조는 “이번 징계는 노사협의회 이후 악화된 노사 관계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의도된 것”이라 주장했다.


▲송재우 춘천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낮 피케팅 중인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조합원을 향해 향해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제공)

이에 대해 오승용 대전MBC 인사위원장(경영기술국장)은 2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이교선, 이승섭 기자 징계에 대해 각각 “지각과 취재계획서 미제출은 수차례 누적된 것” “무단결근은 사규에 어긋난 큰 사안”이라며 “근무태만과 업무지시불이행에 따라 정당하게 징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교선 기자 홍성 발령에 대해선 “출입처 조정 차원”이라며 “보도국장의 권한이며 이번 징계와 관련없다”고 했다.


춘천MBC(사장 송재우)에선 사장이 파업의 일환으로 피케팅 중인 자사 직원들에게 ‘메롱’을 하면서 구성원들의 분노를 샀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송 사장은 점심 시간 춘천MBC 사옥 앞에서 ‘송재우 사장 퇴진’ 피케팅을 하던 직원들에게 세 번에 걸쳐 혓바닥을 내밀며 고개를 흔들었다.


구성원들은 이 같은 행동에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게 정말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헌영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장은 “이런 모습이 우리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함량 미달인 사장이 춘천MBC를 더 이상 폭력적으로 경영하는 걸 함께 막아달라”고 했다.


춘천MBC는 지난달 13일 인사위를 열어 임금교섭을 요구하던 최 지부장에게 방송 제작물 제작 의무 위반 및 태만, 사원설명회 불참 및 유도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임금협상 조정 중지 결정 후 파업투표를 미루고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던 차였다. 사측은 재심사유 없음을 들어 재심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찬반 투표 후 파업을 의결하고 지난달 26일과 28일 부서별 지명파업을 실시했다. 징계 미철회 시 방송 송출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최 지부장은 이를 구성원을 겁박하는 표적 징계로 본다며 “자격 없는 무능력자들이 내려와 지역MBC를 황폐화시키는데 이런 이들을 배제하고 지역민에게 사랑받던 옛날로 되돌려 놓겠다. 조합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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