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 내고 전공도 못 듣는 '학문의 錢당'-대학은 돈의 전당

제31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 박상준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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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한국일보 기자

‘장미칼’ ‘쁠몰’ ‘양민학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단어들을 꼭 껴안고 지냈습니다. 취재를 하며 만난 대학생들의 억울함, 허탈함은 생각보다 컸고, 교수들의 답답함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학생들은 수 백만원 등록금, 입학금을 내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의실은 모자라고, 있는 강의실 중 상당수는 비좁습니다. ‘블랙홀’이라는 나쁜 자리에 앉지 않기 위해 달리기까지 해야 합니다. 대학들은 말끝마다 “돈 없다”고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듭니다. 수 백억원, 수 천억원씩 적립금을 쌓아 두고 학생들 등록금은 엉뚱하게 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풀기보다는 돈이 아쉬운 대학들에 재정 지원금을 앞세워 ‘내 말 잘 들으면 돈 줄게’ 하는 식으로 나쁜 버릇을 들이고 있습니다.


19년 전 대학을 졸업한 기자가 지금 대학생들이 답답함을 푸는 데 작은 보탬이 되는 것은 그들의 답답함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이들로부터 반응이 왔습니다. 대학 관계자들의 해명, 대학생들의 폭풍 공감, 그리고 추가 제보까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대학생들이 이끌 우리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그들은 온 마음을 다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단 그들의 노력이 헛것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져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대학의 무심함, 교육부의 엉뚱함이 어우러져 배는 산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새 정부에서는 대학생들이 좀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취재를 위해 기꺼이 내부 고발을 해 준 대학생들과 교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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