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 늪에 빠진 브라질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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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이 부패 스캔들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월 중순부터 시작돼 3년 넘게 계속되는 사법 당국의 권력형 부패수사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에서 시작된 부패수사는 중남미 최대 건설업체인 오데브레시로 타깃이 넘어가면서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두 회사의 부패 관행은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오데브레시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뿌린 뇌물이 우리 돈으로 3조8350억원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분류하는 33개 빈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다.


오데브레시의 전·현직 임원들은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통해 정치권 인사 500여명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현직 각료와 주지사, 상·하원 의원이 포함된 100명 가까운 수사 대상자 명단이 공개됐다. 수사 상황에 따라 뇌물을 받은 정치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부패 의혹이 좌파 노동자당과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브라질사회민주당 등 이른바 3대 정당에 집중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쑥대밭이 될 지경이다.


부패수사가 2018년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유력 인사들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언론은 부패 의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을 일찌감치 새로운 대선주자로 꼽고 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사는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 좌파 민주노동당 대표 시루 고미스, 중도 성향의 정당인 지속가능 네트워크 대표 마리나 시우바, 극우보수 기독교사회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하원의원 등이다.


기업인 출신인 도리아 시장은 지난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시 현직 시장이던 좌파 노동자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취임 이후 행정력을 높이 평가 받으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고미스 대표는 룰라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에서 각료를 지냈다. 룰라가 부패 혐의로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좌파 진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을 통해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는 시우바 대표는 룰라 정부에서 환경장관을 역임했고 상원의원 경력도 있디. 지명도가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유지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부패에 지친 브라질 국민에게 ‘새 인물’ 이미지를 심으면서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우파 진영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이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앞선다. 그러나 룰라는 부패와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 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되면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 있다.


‘좌파정권 부활’과 ‘우파정권 연장’을 가름할 차기 대선은 2018년 10월에 치러진다. 그러나 부패수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선 구도가 짜이는 시기가 그만큼 늦춰지고 결과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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