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대선, 팩트체킹 전성시대…"검증 또 검증"

TV토론 실시간 팩트체크부터
데이터 분석·토론 검증단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자 검증
언론사 선전 효과…경쟁 치열
미완에 수준 미달인 경우도
다각적 분석으로 완성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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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권 10년간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수십조원이 북한에 넘어갔어요.” 지난 1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밝힌 대국민 호소문 중 일부다. 홍 후보의 말은 사실일까.


JTBC 대선자문단은 포털 사이트 다음의 대선 기획 페이지의 ‘실시간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홍 후보의 발언을 검증했다. 먼저 역대 정부 때 정부와 민간에서 북한에 보낸 현금과 현물 제공 규모를 통일부 자료를 근거로 비교했다.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에 넘어간 금액은 4조5576억원이다. JTBC는 “수십조원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주장한 것은 과장된 발언”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 SBS 공동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 “실제로 김진태 의원 또는 윤상현 의원 이런 분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 발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적폐세력이 저를 지지한다고 한 말은 문 후보께서 하신 말씀이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대선을 앞둔 언론사들은 저마다 팩트체크 시스템을 갖추느라 분주하다.

KBS ‘팩트체크’는 문 후보 발언에 대해 ‘거짓’ 판명을 내놨다. 과거 “안철수까지 통합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된다”는 윤 의원의 발언이나 “당 차원에서 (단일화가) 이뤄지면 (안철수 후보 지원유세를) 고민해보겠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안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KBS는 “두 의원이 그간 SNS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문 후보는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지난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언론사들도 저마다 검증 시스템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시간 팩트체크 시스템부터 데이터 분석, 토론 검증단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자들을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는 만큼 가짜뉴스를 가려내 유권자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팩트체크가 필수 과정으로 떠오르고 있다.


3년째 뉴스룸에서 팩트체크를 해온 JTBC의 경우, 이번 대선을 맞이해 기존에 해오던 검증뿐만 아니라, 5명의 기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대선기획단을 꾸려 ‘실시간 팩트체크’를 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시민들은 언제든지 카카오톡을 통해 후보들의 발언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제보하고, 일대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오대영 JTBC 팩트체크 팀장은 “타 매체에서 어떤 이슈와 관련해 사실이라고 결론내린 걸 두고 거짓이라고 결론 내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자체에 대한 검증은 기본이고, 여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JTBC만의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도 군사안보, 통일, 복지, 환경 등에서 전문 경력을 쌓은 6~7명의 선임 기자들이 대선 TV토론회를 실시간으로 팩트체크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김기중 JTBC 분석개발팀장은 “대개 후보들이 말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발언 배경을 분석하는 심도있는 과정을 거친다”며 “중앙일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각 부서에서도 현장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팩트체크를 하고 본지와 월간중앙, 온라인 등으로 유통된다”고 덧붙였다.


SBS 8뉴스의 팩트체크 코너 ‘사실은’도 한 달 만에 500여건 가까운 제보가 쏟아질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정명원 SBS 8뉴스 데스크는 “원래 저(팀장)를 포함해 3명의 기자, 작가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사실은 팀은 대선을 맞아 기자 1명을 충원하고 공약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발언, SNS에서 떠도는 의혹뿐만 아니라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제보를 중심으로 사실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팩트체크 시스템 ‘진짜판별기(짜판)’를 출범하며 대선 주자 검증에 발 벗고 나섰다. 짜판의 콘텐츠는 각 부서에서 현장기자들이 제공하고 디지털팀에서 편집과 유통을 맡고 있다. 또 SNS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는 콘텐츠기획팀에서 아이템 회의를 거쳐 짜판으로 내보내게 된다. 이재훈 한겨레 콘텐츠기획팀장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뉴스를 소재로 하루에 2~3꼭지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며 “타사와 달리 시민들도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에 참여할 수 있다. 댓글 수준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들의 팩트체크는 아직 미완의 단계다. 기자들은 보다 완성미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기자는 “아직까지 질보다는 속보 경쟁이 우선시되는 언론 현실 속에서 검증 목적보다는 언론사 선전 효과가 강한 건 사실”이라며 “‘다른 언론사가 하니까 우리도 질 수 없다’는 식으로 뛰어들다보니 수준 미달인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선 팩트체크는 유권자의 표심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언론사의 세심한 검증이 요구된다. 한 일간지의 기자는 “팩트체크를 한 경험이 부족한 만큼 오보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정파성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16곳의 언론사와 협업해 ‘SNU 팩트체크’ 서비스를 내놓은 윤석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장은 “초반과 달리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크로스체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한 달에 두 번씩 팩트체크 운영 모니터를 가동하고 의견을 수렴해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며 “팩트체크의 중요성에 관한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기자 실무 교육과 인턴 지원 등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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