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복직 법원 판결에 맡긴다?"..."무책임한 태도"

기협 주최 대선 토론회, 공영언론 기자 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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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와 SBS가 주최한 지난 13일 대선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언론계 최대 현안인 공영방송 정상화와 해직 언론인 복직에 대해 대체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 방식에선 다소간의 차이가 있었다. 공영방송사 기자와 해직 언론인들은 언론개혁의 의지가 표명된 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일부 후보들의 인식과 실현 방식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의 인식차가 가장 도드라진 부분은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였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강조한 반면,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법원 판결에 맡기자는 입장을 드러냈다. 문 후보는 “전원 복직과 명예회복”을, 안 후보는 “다음 정부에 복직”을 공언했다, 심 후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언론통제 진상 규명’까지 약속했다. 반면 유 후보는 “복직자 문제는 법원이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결에 따르겠다”, 홍 후보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법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며 정부 개입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2009년 6명 전원 '해직 무효'라는 1심 판결 후 (왼쪽부터)권석재, 우장균, 노종면, 정유신, 현덕수, 조승호 기자 등 YTN해직기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YTN노동조합)


해직 언론인 등 공영언론 기자들은 홍준표.유승민 후보 발언에 “무책임한 것”, “비겁한 태도”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자협회 대표로 질문을 했던 이영섭 KBS기자협회장은 “다섯 후보 모두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못했다는 걸 전제로 얘기했다. 그 언론 안에서 정치적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외치던 이들이 잘못된 원인으로 해고됐는데 그냥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건 소극적인 걸 넘어 무책임한 태도”라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대선 후보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영하 MBC 해직기술감독도 “지난 두 정권에서 잘려나간 기자들, 크게는 부당전보 당한 기자를 포함한 문제에 법원판결만을 들이대는 건 언론자유를 구가하려는 정권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은 언론이 민주사회를 위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냐의 문제고, 기자·PD가 취재한 걸 기사화할 수 있냐를 가지고 싸워온, 보도기능의 문제”라며 “이에 대해 촛불시민들은 언론을 적폐대상으로 규정했고, 구성원들도 자사 보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리라 본다. 이렇게 보면 법원 결정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정치권력을 가진 이들이 의지를 갖고 해결할 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평가는 해직 언론인의 복직이 ‘잘린’ 언론인 몇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전제로 한다. 지난 10년 간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데 반발하고 저항했던 게 바로 그들이어서다. 하지만 당장 법원 판결에 맡기겠다는 두 후보의 입장대로라면 해직 언론인 복직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 여부와는 별 상관 없는 일이 된다. 특히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YTN 해직기자들의 복직은 불가능하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큰 틀에서 가해자인 이들이 잘못했다고 하긴 어려울 거라 봤다”면서 “자기 판단을 법원에 넘기는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사법적인 해결은 물 건너갔고, 정치권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 않나. 차선책이다. 내 문제이기도 해 조심스럽지만 다음 정부 전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YTN은 대법 판결까지 받아놔 정치적인 해결이 요구되지만 MBC는 사실상 대법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지가 다른 만큼 통일된 (해결)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시혜를 통한 구제가 아닌 명시적인 제도로써, 명예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이 '2012년 MBC 파업'으로 해고됐던 6명의 해직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2015년 4월 1심과 동일하게 해고 무효를 판결한 직후 해직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호 PD, 정영하 전 위원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이용마 기자, 강지웅 전 사무처장.


현덕수 YTN기자(현 뉴스타파 기자)는 “단순히 해직자를 복직시키는 문제로 보는 건 논의틀을 너무 협소하게 보는 거다. 공정방송을 하는 채널로 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부활시키면서 작동치 못하도록 만든 인적구성의 청산, 사내에서 고통 받은 이들이 고민하는 계기가 함께 돼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 열망 아래 언론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란 측면에서 모든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력의 개입으로 언론자유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지만 당장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치 않을 순 없다. 그렇기에 더욱 정치권의 영향력을 끊어낼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시스템 개선은 이후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가 된다. 기자들은 대선 주자들이 토론회에서 밝힌 공영방송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등의 일부 발언을 두고선 언성을 높였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유 후보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답이 없었다”며 “10년 전 (강동순 녹취록에서 드러났듯) KBS사람들과 얽혀 차기 사장 자리를 논의한 과거 말과 행동부터 해명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검찰·공무원·사법 등 여타 개혁들도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안 전하지 않겠나. 공영방송 적폐청산을 필두로 한 언론개혁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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