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조명 KBS스페셜 불방 논란

노조 "고대영 식 통제 결과"...KBS "제작지시 내린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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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의 ‘촛불광장’을 조명한 KBS스페셜 ‘광장의 기억(가제)’의 편성이 보류되면서 KBS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0일 낸 성명에서 “KBS스페셜 ‘광장의 기억(가제)’의 편성이 보류된 채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파면당한 3월에 맞춰 제작진이 제작과 편집까지 모두 마치고 방송을 준비했건만 제작과 편성책임자들은 사실상 불방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을 촉구했다.


▲KBS홈페이지 갈무리.

KBS본부는 이를 “무려 5개월 동안 부패한 권력에 맞서 광장의 민심을 취재해 온 제작진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로 규정하며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이 부패한 권력을 무너뜨렸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예혁명을 일궈낸 것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라면 반드시 담아야 할 역사의 현장이며 그 의미를 되짚어봐야 하는 최고의 다큐멘터리 소재”라고 방송의 당위를 설명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방송 책임자들은 불방이유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부 간부들이 ‘이번 다큐멘터리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로 방송을 연기하자’는 말을 했다 한다”는 비공식적인 이유가 노조 성명에 포함됐다. KBS본부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을 되짚어 보는 것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럼 뉴스마다 나오는 박근혜 탄핵과 수사 소식은 모두 선거에 영향을 주는 비정상적인 보도인가?”라고 되물었다.


노조는 또 “심지어 사측 간부들은 제작PD가 완성한 다큐멘터리의 편집본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보지도 않고 프로그램이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라며 “공영방송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은 망가져가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KBS의 이미지는 수구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채널로 각인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고대영 사장이 제작본부와 방송본부의 간부들을 통해 특정 프로그램과 아이템에 간섭한다는 소문을 들며 “사실이라면 이번 ‘광장의 기억’ 불방도 이런 고대영식 통제의 결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루 앞서 KBS PD협회 역시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KBS PD협회는 “제작진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자 그 역사적 의미가 중차대하다고 보고 매주 광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며 “조기대선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기획된 것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도 관리자들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광장의 민심은 부패하고 무능했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권좌에서 내쫓은 무혈시민혁명이었고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완성되었다”며 “이를 특정 대선후보들에게 유·불리한 방송으로 예단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국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조차 부정하는 행위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KBS사측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촛불 민심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1월까지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3일, 추적 60분, 명견만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시의성 있게 방송했다”고 답변했다. KBS 측은 또 “제작진이 방송을 요구하는 '광장의 기억(가제)'에 대해 제작 책임자는 제작 지시를 내린 바가 없고, 다만 PD가 역사적 기록과 다른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위해 촬영을 요청해 승인했던 사항”이라며 “그런데 1월 말, 제작진이 기록한 영상을 토대로 방송을 요청해 와, 대선이 끝나는 5월중에 제작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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