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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거론하며 “바꿔라, 내려라” 압박…지레 자기검열도

[연중기획] 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자 (2부)저널리즘 기본과 멀어진 이유 ③도 넘은 경영진 편집권 개입

김창남 기자2017.03.28 21:56:04

저널리즘과 생존 사이
“회사 어렵다” 경영진 한마디에
기사 삭제·축소 비일비재

무언의 압력
매출 성적 따라 임기도 좌지우지
오너 의중 反하면 ‘무능’ 주홍글씨

시스템 개선
의사소통 경로 다양화
회사 이익 뉴스룸 재투자 등
다양한 견제 방안 제도화해야



세계일보 기자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차준영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정농단의 신호탄이 된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 보도(2014년 11월28일자)가 2015년 3월 경영진에 의해 부정됐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최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사장이 정윤회 문건보도에 대해 유감 성격의 사고를 내려는 정황이 파악됐다는 게 세계일보 기자들의 판단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5년 8월 당시 이종승 사장이 지면에 실린 외부기고 칼럼(8월24일자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지뢰사건과 거짓말>)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해 논란을 빚었다. 칼럼 내용에 논란이 있더라도 의견 수렴 등 정식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직위를 앞세워 그런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차장급 이하 기자들은 지난해 10월13일 ‘편집권 독립’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같은 달 8일자 매일신문 1면에 나온 <시립희망원엔 1500여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기사가 편집권 독립을 촉구하는 발단이 됐다.


방송 등을 통해 해당 복지시설의 인권 유린, 횡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진 터였는데 매일신문은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은 매일신문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광역시를 대신해 운영하고 있다.


매일신문 기자들은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의 사적 재산이 아니다”라며 “언론은 공적기관이며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부당한 편집 개입은 언론산업 위기와 맞물려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언론계에선 이런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다면평가제, 공정보도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2006년 6월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한 <이학수 부회장 권력, 너무 비대해졌다>는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사저널 심상기 회장이 주재한 간부회의를 거쳐 인쇄 직전에 삭제됐다. 이 사태 이후 1년 만에 편집권 독립을 목청껏 외친 기자들은 사표를 내고 ‘시사IN’을 창간했다.

사기업이지만 공적역할이 보다 중요
내부에서만 곪지 않고 문제제기 등을 통해 외부로 공론화된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경영진 혹은 간부를 통해 기사가 삭제되거나 축소되는 일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는 게 기자들의 공통 생각이다.
특히 이런 요구가 생존 논리로 교묘하게 포장되면서 기자들이 홀로 부당한 지시에 맞서 저널리즘과 회사 생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는 공적 역할을 하지만 일부 방송사 등을 제외하곤 개인이 소유한 사기업이다. 이윤추구와 언론자유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언론 본령인 견제기능을 감안할 때 상호 충돌이 불가피하다.
경영과 편집을 분리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 언론처럼 광고·협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기업과의 관계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 역시 언론에 집행하는 광고가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광고보다 오너 리스크 등이 발생할 때 펜촉을 무디게 할 목적인 보험성 광고다 보니 언론과 관련 예산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 게 일상화됐다. 경영상황이 어려운 언론사 입장에선 이 같은 ‘밀당’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진 입장에선 이윤 극대화 등을 위해 특정 기업의 비판기사에 손대거나 우호적인 기사를 키우려고 한다.
대주주에 대한 비판도 ‘금기’사안이다. 이런 분위기는 특정 언론을 넘어 우리 언론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오너·경영진의 은밀한 편집 개입
언론마저 매출이 ‘지상 최대과제’인 시대. 매출은 어느덧 기자와 경영진을 평가하는 잣대이자 옭아매는 덫이 됐다. 일부 지방지의 경우 사장 임기를 1년으로 정했는데 연임을 위해 기자처우 개선은 뒷전이고 실적에 목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장 임기를 떠나 매출 압박은 경영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A모 전 경인일보 사장은 지난 2월 5년간 290억원대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한 사실이 들통나 과태료 부과는 물론 검찰의 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 10일까지 사장을 11년간 연임했는데 그 이면엔 ‘검은 거래’가 자리 잡았던 셈이다.


국제신문 차승민 사장도 지난해 2월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5100여만원을 강제로 받아낸 혐의(공갈)와 2014년 엘시티 명의 법인카드로 골프장 등에서 14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횡령)로 지난 7일 불구속 기소됐다.


국제신문 B기자는 “사장은 강제로 받은 것이 아니라 별도 섹션 등을 통해 기사를 써 준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돈 받고 기사를 써 준 셈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너십이 강한 언론사 기자들의 경우 직접 관여보다는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오너가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조직 내에서 ‘오너의 의중’을 읽지 못하고 이에 반하는 기사를 쓸 경우 무능한 기자로 주홍 글씨가 붙기 십상이다.


메이저신문 C기자는 “오너가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아도 내부에서 오너의 의중을 파악해 원하는 논조를 맞춘다”고 말했다.


오너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사는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을 뿐더러 눈치껏 상황파악을 못하면 조직 내에 부적응자로 취급받는다.


온라인매체 D기자는 “야당 의원의 실명을 썼다가 부서 부장이 이를 문제 삼았는데 그 의원이 평소 오너를 자주 걸고 넘어졌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의원 실명 대신 익명으로 기사를 송고시켰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편집 개입에 손을 뻗치는 이유는 매출 등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생존은 신생사에겐 더욱 가혹한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익 극대화는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원칙이지만 언론자유보다 앞설 수는 없는 가치라는 게 기자들의 반응이다.

기자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시스템 절실
문제는 경영과 편집을 분리할 수 있는 견제장치 마련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우리 언론환경에선 요원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대주주 혹은 오너 등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편집권 개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 일부를 뉴스룸에 재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E기자는 “광고·협찬, 편집권 개입 등 편집국에서 터지는 문제의 발단은 오너나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회사 이익이나 오너 배당금의 일부를 회사에 재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수렴될 수 있는 의사소통의 경로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뉴스룸 내부의 상명하달식 의사소통 구조는 경영진의 편집개입 문제를 묵인하고 대응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다.


더구나 수십 년 간 고착화된 위계질서 문화에다 수치로 된 ‘정량 평가’가 쉽지 않은 기자업무 특성상 인사권을 쥔 간부에게 반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인사평가 방식을 상호 평가할 수 있는 ‘다면평가제’로 전환할 경우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일간지 F기자는 “아랫사람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윗사람한테 부담이 되기 때문에 행동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스템 마련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홀로 막기엔 힘에 부칠 뿐더러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제도에 기대는 게 낫기 때문이다.


JTBC 기자들 사이에선 ‘포스트 손석희 시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손 사장이 외압을 막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2의 태블릿PC’와 같은 보도가 향후에도 가능하기 위해선 개인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뒷받침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정보도위원회 혹은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비롯해 평기자들이 편집회의나 확대간부회의 등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주니어급 기자 한두 명이 돌아가면서 참석할 경우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메이저신문 G기자는 “한 때 기자들이 한명씩 돌아가면서 편집회의에 참석해 지면에 대한 의견을 냈다”면서 “그러나 여러 간부가 있는데서 기자 한명이 입바른 소리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제도 마련이 중요한 이유는 견제장치 유무가 부당한 편집개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될 수도 있어서다.


방송사 H기자는 “발제된 아이템이 누락된 이유가 외압인지, 부장의 판단에 의해서인지 불분명한데 대선 팩트 체크팀처럼 그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지만 윗선에서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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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지상파 3사도 경영진이 낙점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선출방식

2009년 서울신문 끝으로 직선제 사라져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의 선출방법은 크게 복수추천제, 지명선출제, 임명동의제, 임명제 등으로 나뉜다. 구성원들의 손에 의해 뉴스룸 수장을 직접 뽑는 직선제의 경우 경향신문(2003년), 한겨레(2005년), 서울신문(2009년) 등을 끝으로 주요 언론사에선 자취를 감췄다.


현재 복수추천제를 운영하는 곳은 CBS가 대표적이다. CBS의 경우 노조 조합원(비보도국 인력 포함) 투표를 통해 보도·편성국장 후보 2~3명을 지명하면 사장이 최종 1명을 낙점하는 형태인데 대부분 최다 득표자가 선임된다.


기자들 사이에선 경영진의 인사권과 기자들의 뜻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복수추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YTN노조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도책임자 선출 방식에 대해 56.9%(132명)가 ‘복수추천제’라고 답했고 이어 ‘직선제’(68명·29.3%), ‘임명동의제’(23명·9.9%) 등의 순이었다.


지명선출제는 서울신문이 운영 중인 제도인데 복수추천제와는 반대로 사장이 2~3명의 후보를 지명한 뒤 편집국 투표를 통해 최종 1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서울신문은 사내 정치의 폐해 등으로 지난 2009년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동의제로 전환한 데 이어 2014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임명동의제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연합뉴스(공식 명칭은 임명협의제),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경영진이 편집국장 내정자를 임명하면 곧장 편집국 구성원들의 동의절차를 밟는 제도로 대부분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할 경우 재임명 해야 한다.


연합은 재적인원 과반수 투표 참석에 유효투표 3분의2 이상이 반대해야지만 사장이 이를 반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적인원 미달이나 유효 투표가 3분의2 이하일 경우 신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할 경우 강제할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겨레 등은 재신임을 묻기 위해 중간평가제를 뒀고, 경향, 한국 등은 편집국장이 공정보도 등을 위반할 경우 불신임투표(탄핵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대부분 신문·방송사들은 임명제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보도국장 선출 방식은 편집권 및 제작 자율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기자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수직적 관계를 뛰어넘어 다면평가로 넘어갈 수 있는 있는 단초여서다.


최근 ‘사내 민주화’를 위해 보도책임자 선출방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YTN노조는 복수추천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도 기존 임명제를 보완하고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장치 마련을 회사에 촉구하고 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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