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와 언론사의 생존 전략

[언론 다시보기]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탄핵 후에도 광장에선 매주 토요일 촛불이 켜지고 있다. 맨 처음 발언엔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이크를 잡고 있고 이야기를 듣는 집회 참가자들의 눈시울은 거의 예외 없이 붉어진다. 탄핵은 되었으나 광장의 분위기는 탄핵 이전과 달라지 게 거의 없다.

 

그런데 언론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세월호 인양을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참사 당시 정부의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현장과 동떨어진 보도를 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상금을 원하는 이들로 묘사했던 언론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언론의 극적인 변신을 보자니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미지 변신을 해 보려는 몸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 다른 하나는 과연 그렇게 해서 생존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2014년 당시 많은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프레이밍 했다. 3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유는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 희생자들 본인이 하필 운 나쁘게 세월호에 탑승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요지다. 실제로 이러한 프레임에 설득되어 유가족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던 이들이 존재하긴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나왔던 바로 그들이다. 문제는 그들의 수가 촛불집회에 나와 광장을 채운 백 만여 명의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300여명이 아무 죄 없이 수장이 되고, 그 유가족들이 가슴 아파 울부짖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교통사고’라고 말하는 이들의 부류의 수는 어느 사회든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무리한 보도를 했던 건 추측하건데 ‘교통사고’ 프레임을 설정하면 사고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희생자들에게 돌릴 수 있고, 이는 문제의 책임을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돌리는 ‘보수적’ 사고와 맞닿아 있기에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을 결집시킬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지 않았나 싶다.

프레임 전술로만 보면 언뜻 타당한 듯 보이나 중요한 걸 하나 간과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교통사고라고 생각하는 건 ‘보수적’이기 이전에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설사 자신의 보수성향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교통사고로 여기더라도 ‘비인간성’이란 또 다른 프레임으로 인해 그걸 적극적으로 의사표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교통사고’ 프레임은 보수를 결집시키는 대신 ‘침묵’ 속으로 수장시켜 버렸다.


특히 거기에 가장 큰 기여한 게 대통령 자신이다. 참사 당시 상황을 진두지휘하기만이라도 했다면 비록 무능하나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 거리라도 생기는데 진두지휘는커녕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대통령 본인이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꿀먹은 벙어리로 만든 것이다.

 
소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그런 면에서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대단히 큰 부담이 된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자신들이 지닌 보수적 주장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으로 상징되는 비인간성과 비상식성을 그냥 모른척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털고 가야만 대통령과 함께 수장되어버린 보수의 가치를 물 위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이미지 변신과 활로 모색을 꾀하는 언론사들이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그저 세월호 인양 보도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활로 모색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언론이 지금 시점에서 어떤 반환점을 돌고자 한다면, 그 반환점은 진도나 목포항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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