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오보, 어뷰징에 SNS 타고 확산

속보경쟁 내몰려 검증은 뒷전
최초 매체 따라 줄줄이 오보
SNS 등 온라인에 한번 퍼지면
정정·반론보도 효과 거의 없어
가짜뉴스 분류 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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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 지난해 11월 YTN은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소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할 무렵 트럼프의 이 같은 말은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흡사 “앞으로 여성 대통령은 꿈도 못 꾼다”는 말이 증명이라도 된 것 같았다.


YTN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비슷한 말을 하지도 않았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을 합성한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걸 사실로 믿고 여과 없이 방송한 것이다. 대형 오보로 드러나자 YTN은 사과와 함께 해당 기사를 바로 삭제했다.


언론사들은 통신사 보도를 확인한 후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기사를 내보낸다. 이 가운데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퍼나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최초 매체가 잘못된 정보로 보도를 하면 다른 매체도 이를 검증 없이 받아쓰며 줄줄이 오보가 양산되기도 한다. 실제로 YTN의 오보 또한 타 언론사들이 어뷰징을 하며 논란을 키웠다.


▲언론사들이 SNS에서 공유된 정보를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며 오보가 늘고 있다. 온라인 속보 경쟁 속에서 가짜뉴스에 대비한 기술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5월 연합뉴스의 푸시 오보도 다른 언론사들이 그대로 받아쓰며 심각한 혼란을 일으킨 사례다. 당시 연합은 기상청의 발표를 믿고 강원도 횡성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속보를 내놨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대다수 언론들은 이를 사실 확인 없이 받아썼고, 잘못된 정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한 일간지의 온라인 기자는 “윗선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 속에서, 경쟁사 속보 푸시보다 더 빠르게 내보내기 위해 모두 긴장 상태”라며 “통신사 속보가 뜨자마자 검증 없이 곧바로 보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SNS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토대로 속보를 보냈는데 오보인 게 드러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다. 자책감과 좌절감이 상당했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3170건의 조정사건 중 인터넷 기반 사건은 전체의 62.8%다. 지난 2014년 66.2%, 2015년 62.9%에 이어 3년 연속 60%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터넷신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은 지난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 52.4%를 기록했다. 염아영 언중위 홍보팀 사원은 “온라인 기사가 늘어나며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비롯한 중재 청구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누가 봐도 명백한 오보인 경우에는 중재까지 오지도 않기 때문에 실제 언론사들이 사실과 다른 오보를 낸 경우는 이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 기사의 경우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되는 만큼 정정보도를 한다고 해도 이미 일파만파 퍼져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판 기사를 철저한 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낼 경우 심각한 사회 혼란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도 나온다. 언중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 종편의 인기 시사프로그램에서 민감한 이슈를 소개하면서 동명이인의 다른 인물을 제시해 초상권 논란이 불거졌다. 실명과 얼굴이 명시되는 보도의 경우 더욱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는 이유다.


한 일간지의 온라인 기자는 “대개 사람들은 최초 정보를 인지하는 데 집중을 하고, 정정 반론을 비롯한 후속 보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아니면 말고’식으로 의도적인 프레임을 구성하거나, 개인을 흠집 내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언론의 경우 SNS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들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보를 최소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전세계 90여개 언론사가 뜻을 모아 출범한 ‘퍼스트 드래프트(First Draft)’사는 가짜뉴스를 가려내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오류를 잡아내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자료에 포토샵 등으로 수정이 됐는지의 여부도 가려낸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결국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핵심”이라며 “사실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 오보를 최대한 예방하고, 그럼에도 잘못된 사실을 보도하게 되면 즉시 수정하고 사과하는 절차를 거쳐 독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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