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 복직, 언론개혁 마중물

[대선 후보에게 바란다] (1)그들이 없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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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언론 탄압 세월호 등 보도참사로 이어져
해직언론인 복직은 촛불민심 대변 시대적 요구


“외관상으론 보도가 망가졌지만 내부 토론이 사라졌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똑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활발한 토론으로 합의를 거쳐 결정되도록, 그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맡고 싶다.”(조승호 YTN 해직기자)


“복직하면 제작 자율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6명이 돌아가는 건 상징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복직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전 상태를 구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바로미터는 되지 않겠나.”(정영하 MBC 해직기술감독)


‘해직언론인’들에게 회사로 돌아간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지를 물어 얻은 답이다. 공정방송을 외치며 싸우다 몸 담았던 언론사에서 쫓겨난 이들. 길게는 3090일, 짧게는 1737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언론인들’.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이들의 복직을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등 해직언론인들이 지난해 7월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 등을 규탄하며 언론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8년 10월6일, YTN 기자 6명이 해직됐다. 이들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해고된 지 3000일을 넘기고도 복귀하지 못했다. 4년 후 MBC에선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건 파업 후 160명 이상이 해고나 정직, 대기·부당전보발령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아무 이유 없이 잘린’것으로 드러난 박성제 기자, 최승호 PD를 비롯해 강지웅 PD, 박성호·이용마 기자·정영하 기술감독 등은 1,2심 해고무효 판결에도 여전히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이상호 기자는 어렵게 복직한 후 재차 이어진 징계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공정보도를 말하던 언론인에 대한 해직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탄압받아온 언론자유 전반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간 기자는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보도의 참사이기도 했던 세월호 참사는, 국정농단의 충격은 고스란히 국민들을 강타했다. 언론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광장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의 김진혁 감독(한국예술종합대학교 교수)은 “단지 일부 언론인의 해직이 아니라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는 ‘코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근혜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야 뭔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언론을 망가뜨렸다. 그 과정이 해직 언론인 사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참사까지 이어졌다”며 “복직은 그 자체도 가치 있지만 낙하산 사장 반대나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다 해직된 이들이 주장해 온 명분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쫓겨난 언론인들은 자신이 속했던 언론사 밖에서 긴 시간을 버텨왔다. 노종면 기자는 여러 대안매체를 거쳐 뉴스유통 플랫폼 ‘일파만파’의 대표가 됐다. 조승호 기자는 ‘일파만파’ 뉴스 에디터와 방송기자연합회 기자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이용마 기자는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 등을 하다가 암투병 중이며, 정영하 기술감독·강지웅 PD는 MBC본부 노조 집행부에서 일하다 현재 노조활동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성호 기자는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고, 최승호 PD·현덕수 기자는 뉴스타파에 새보금자리를 찾았다. 박성제 기자는 뉴스타파의 프로그램 ‘뉴스포차’의 진행 등을 맡고 있다.


‘해직언론인 복직’은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대표발의한 ‘해직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이명박 정부 이후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복직시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복직 명령을 받은 언론사는 해당 언론인을 30일 이내 재직 당시 직급으로 복직시켜야 하고, 복직 후 2년 간 인사이동을 금지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불복 시 임용권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복직의 가능성이나 희망은 커졌다고 보지만 조만간 복직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법원판결이나 국회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 추진 등이 방법이겠지만 외부적인 조건들”이라고 말했다. 복직 후 역할에 대해선 “JTBC 뉴스를 보고 MBC기자들과 얘기해보면 부러움과 아쉬움, 어떤 갈증이 있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 잘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논의와 준비에 기여하고 싶다”며 “해직기자라는 호칭이 훈장일 순 없겠지만 부여하는 소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겠지만 뉴스가 궤도 이탈을 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말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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