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 메시지' 비판 없이 정치권 반응만 전달

<탄핵 선고 당일 언론보도>
'눈물의 송별' '무거운 작별인사'
MBC, 대통령 동정론 표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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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인 10일 지상파 3사와 종합일간지들은 탄핵 특별보도로 분주했다.


KBS, MBC, SBS는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이들 편성표 모두 이른 아침부터 자정 이후까지 대통령 탄핵 관련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제 보도에선 시각차가 드러났다.


3사는 이날 저녁 메인뉴스에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을 첫 꼭지로 다뤘다. 헌재 결정문에 명시된 탄핵 사유와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 의미, 정치권의 반응, 조기 대선 국면 등을 잇달아 보도했다. 반면 촛불,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나 대통령 탄핵의 사회적 의미를 담은 보도 비중과 시각은 엇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일 특보체제에 돌입했던 지상파 3사는 관련 보도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12일 MBC 보도(위부터 반시계 방향), 탄핵 다음날 뉴스9 첫 꼭지로 대선뉴스를 다룬 KBS 보도,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SBS 11일자 보도.

KBS는 10일 <반대 시위 격화…2명 사망·부상자 속출> 한 꼭지에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들의 다른 의견을 짧게 설명했다. 탄핵의 의미는 주로 헌재 결정문을 인용했고 직접적인 분석을 피했다. MBC는 “광장의 촛불은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해석과 함께 “태극기 물결은 대통령 퇴진을 막지 못했지만 보수권 집회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메인뉴스를 2시간 동안 방송한 SBS는 촛불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반응을 각각 두 꼭지씩 배치했다.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은 촛불의 힘으로 이뤄졌다며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SBS는 “적잖은 진통이 이어졌고 봉합해야 할 상처가 남았지만 (대통령 탄핵은) 민주적 절차를 통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3사 메인뉴스에선 시각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11일 SBS와 MBC는 첫 꼭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틀째 침묵하고 있다며 삼성동 사저 입주 시기에 주목했다. SBS는 이날도 헌재 판결을 주요 뉴스로 다뤘고, “박 전 대통령의 거듭된 변명과 책임회피가 오히려 헌재의 파면 결정에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헌재는 그동안 ‘억울하다’고 밝혀온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KBS 뉴스9은 하루 만에 탄핵 여파를 떨치고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첫 꼭지 <각 당 대선 체제 돌입…경선룰 속속 확정>을 시작으로 내리 6꼭지를 대선 관련뉴스로 채웠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12일 저녁도 세 방송사의 보도 뉘앙스는 달랐다. 특히 MBC는 ‘눈물의 송별’, ‘지지자들 “착잡하고 마음 아파”’, ‘지지자들의 연호에 화답’, ‘무거운 작별인사’ 등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론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헤드라인에 담았다.


3사는 박 전 대통령의 “진실 밝혀질 것”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보도를 내놨다. SBS는 12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헌재 불복 시사>에서 “헌재 파면 결정에 본인은 무고하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KBS와 MBC는 각각 <“사실상 불복 선언”…정치권 일제히 비판>, <“진실은 밝혀진다” 朴 사실상 ‘불복’?…정치권 성토> 등 정치권의 반응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특히 MBC는 13일 <‘사저 칩거’…지지자 백여명 집회 계속>, <진용 갖춘 친박계…탄핵반대 세력화?>, <박근혜 ‘복심’…이정현 어디에?> 등 친박 의원들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간지들은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11일 지면 대부분을 할애해 탄핵 특별판을 꾸몄다. 사설을 1면 머리기사, 2면 상단, 통단으로 배치해 사안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가 ‘헌재 결정 불복이냐’를 두고선 시각차를 보였다. 일간지 대부분은 13일 1면 헤드라인에 ‘불복’, ‘사실상 불복’, ‘불복 택했다’, ‘승복 거부’, ‘승복은 없었다’ 등 표현을 써 비판했지만,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 발언을 1면 제목에 그대로 옮겼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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