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박근혜 탄핵 다큐멘터리 돌연 취소

담당PD 비제작부서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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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대통령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해온 담당 PD를 돌연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예정된 방송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서의 이정식 PD는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해당 부서의 국장과 부장에 관련 아이템을 보고하고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 간부들은 편성제작본부장의 승인을 받았다며 제작 진행을 지시했고, 이후 3개월 가까이 취재와 촬영에 돌입했다. MBC 내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왜 비극적인 탄핵 사태에 몰리게 됐는지 성찰하는 의미가 담긴 제작물이었다이미 취재를 비롯해 제작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MBC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해온 담당 PD를 타부서로 전보하고 해당 아이템 방영도 취소했다. 13일 방송 예정이던 탄핵 편은 취소되고, 대신 ‘탈북자의 귀농’편이 나간다. (사진=MBC 홈피)

그런데 지난달 28일 편성제작본부장이 방송 기획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며 방송 편성을 중단시켰다. 담당 본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목포MBC 사장으로 승진한 김현종 사장이다. 그는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시사제작국장으로서 ‘PD수첩의 작가 전원을 해고하고 PD들에 대한 강제 인사발령을 주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난 2014년에는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불만제로등의 프로그램을 폐지해 노조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부의 한 기자는 오랜 기간 진행돼온 일을 어떻게 담당 간부가 모를 리 있겠느냐무책임하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목포로 떠나버렸으니 답답하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후임인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도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게 없으며, (나 또한) 이 아이템의 방송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3일 방송 예정이던 대통령 탄핵(가제)’편은 탈북자의 귀농아이템으로 대체됐다.

 

제작을 맡았던 이 PD는 지난 11일 정기인사에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됐다. 해당 부서는 지난 2012년 파업 참가자의 유배지로 불리는 곳이다. 시사교양 PD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그간 제작을 두고 고위 간부들과 마찰을 빚어온 걸로 알고 있다. 멀쩡하게 제작부서에 있는 PD를 밖으로 내친 건 이번 탄핵 아이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관련해서는 아예 다루지 말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대형 이벤트가 있으면 당연히 보도를 해야하는 게 의무 아니겠나. 해석의 차이가 있는 아이템도 아닌데도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SBS 등은 이와 관련한 아이템을 편성해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반면 MBC 시사프로에서는 단 한 번도 탄핵을 다루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MBC본부는 13일 이와 관련해 특보를 내고 “MBC 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라며 극우파 경영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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