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우파단체 지원 및 국정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제3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경향신문 박광연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박광연 경향신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희망의 새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드러난 현실은 ‘절망의 구시대’였다. 근현대사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관제데모’가 부활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청와대가 우파 시민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시하고, 그 단체들이 최근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재정지원 지침은 박근혜 정부 초반인 2013년 말 작성됐다. ‘의혹’은 ‘사실’이 됐다. 배후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작가와 출판사를 배제하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이 드러난 것이다.


보도 이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작품 선정이 배제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만든 문학 서적이 최종 심사단계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통화 너머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흐느낌과, “그렇기에 더욱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가 느껴졌다. 이 같은 취재과정 속에서 ‘블랙리스트 시작은 세월호였다’ 보도가 나왔다.


블랙리스트는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문화예술인을 겨냥했다.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 생명보다 정권 보위를 우선시한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관제데모’와 ‘블랙리스트’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민주주의까지 위협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가 여론을 왜곡하고, 시민의 사고를 통제했다. 어떤 혐의보다도 무거운 범죄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희망의 새시대’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 제보해 준 익명의 취재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광연 경향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