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경력단절…맘고리즘은 바로 우리 이야기"

경향신문 목정민·이성희·이영경·백승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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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 돌봄은 대부분 여성이 전담한다. 여성은 아이를 갖는 순간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전업맘’으로 돌아간다. 육아와 돌봄을 여성(Mom)에게 전담시켜 굴러가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작동방식(Algorithm). ‘맘고리즘’이라는 용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경향신문은 올해 신년 기획으로 ‘맘고리즘을 넘어서’라는 시리즈를 선보였다. 목정민 기자가 ‘엄마는 괴로워’라는 가제로 발제한 기획이 단초가 됐다. 맘고리즘은 취재팀이 만든 말로 ‘임신-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력단절-자녀결혼-손자 출산-황혼 육아’로 이어지는 돌봄노동의 고리를 의미한다.


취재팀은 워킹맘인 목정민, 이성희, 이영경 기자와 아빠 대표로 추천된 백승찬 기자 4명으로 꾸려졌다. 그들 자신의 얘기였지만 기획의 방향을 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블로그나 드라마에서 소화된 엄마 이야기는 많았고 새롭게 이 주제를 바라보는 건 고민거리였다. 이영경 기자는 “신년기획이니까 힘들다는 걸 넘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며 “한편으론 그동안 보도에서 워킹맘이 사례로서만 등장할 뿐 당사자들의 얘기를 진솔하게 쓰는 기획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얘기, 우리 주변의 사례를 편하게 쓰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맘고리즘 취재팀 이성희(왼쪽부터), 이영경, 목정민 기자가 경향신문 6층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승찬 기자는 이날 휴가 중이라 참석하지 못했다.


취재팀이 만난 엄마들은 절절했다. “다들 왜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지(이영경)” “우는 사람이 참 많았다(목정민).” 특히 엄마들의 자책은 안타까웠다. 이성희 기자는 “다들 자기가 이기적인 엄마, 게으른 엄마라고 하더라. 사실 나도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하면서 스스로를 이기적이라 생각했고 제 때 어린이집 신청을 못하면 게으르다고 여겼다”며 “모성이 부족한가, 고민이 많았는데 취재를 하면서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목정민 기자도 “양성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런 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취재팀은 이를 통해 맘고리즘과 슈퍼맘의 허구를 넘어서서 일·가정 양립을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남성과 사회가 어떻게 돌봄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했다. 또 행복한 육아와 삶을 위한 ‘2017년 부모권리헌장’을 만들었다. 백승찬 기자는 “양성이 돌봄을 같이 하기 위해선 사회적 여건이 받쳐줘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제도는 괜찮지만 그 제도를 채우기 위한 문화나 의식과 관습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5회 분량의 기획은 짧았다. 많은 엄마들의 ‘폭풍 공감’을 얻어낸 맘고리즘 기획은 지난달 13일 끝났다. 그러나 기획은 현재진행형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 측에서 제안해 스토리펀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펀딩으로 모인 후원금을 미혼모 지원단체인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영경 기자는 “우리 기사는 어떻게 보면 대기업 정규직 엄마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저소득층 엄마, 미혼모 등의 문제는 다루지 못했다”며 “그래서 미약하나마 펀딩 금액을 후원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맘고리즘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들을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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