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대항하는 힘

[언론 다시보기] 변상욱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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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CBS 대기자

2017년 지구촌 저널리즘의 첫째 화두는 무엇이 될까? 다들 모바일 실시간 방송, 이에 따른 기획 아닌 즉흥적인 모바일 콘텐츠의 개발…. 이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지구촌 저널리즘의 최대 화두는 현실정치와 맞물리며 엉뚱하게도 ‘가짜 뉴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올해 전국적인 선거를 치루는 나라들-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이 나라들에서 번져나갈 허위보도와 혐오성 막말 파문에 지구촌 언론들은 긴장하고 있고 그 시작은 불행히도 대한민국이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국회 토론회 소식을 전하는 기사는 “참석자들은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고 전한다. 정파적인 의도로 사람들을 기망하고자 허위 내용을 기사형식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갈등과 분열을 키우는 거라면 그동안 방송과 지면으로 배포된 우리의 숱한 뉴스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부끄럽게도 최근 논의되는 가짜뉴스는 ‘신종 가짜뉴스’라고 정의하는 게 더 현실에 부합할 것이다.

 

가짜뉴스는 SNS와 관련된 두 가지 현상에 의해 증폭된다. 첫째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 SNS에서 자신의 글과 의견이 확대되어 울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모이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편견은 상식이 되고 통찰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로 가상의 공동체가 이뤄지는데 그 공동체는 정파적 대결이 치열해지며 거리로도 진출하고 지원세력을 만나 조직화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오피니언 리더도 등극한다. 흔히 그레이트 아마추어라고 부르는 이들이고 그들의 언행은 뉴스가 된다. 여기에 동조하며 그레이트 아마추어를 동경하는 일부는 자발적으로 가짜 뉴스생산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 다음은 SNS 알고리즘을 통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는 문제다. SNS의 맞춤형 필터링 서비스가 사용자의 과거 검색 이력을 살펴 해당 유형의 정보만을 받아보게 하는 경우 사용자들은 자신의 관점에 반하는 정보로부터 완전 격리되고 자신만의 이념적 거품에 갇혀 버린다. 이들은 가짜뉴스의 애독자로서 가짜뉴스의 생성과 확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SNS상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적발하기 위해 팩트체크 기관을 따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언론사들마저 팩트체크를 저버리는 시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별도의 기관을 만든다는 건 요원한 일이다. 쉬운 예로 ‘김정남 아들 말레이시아로 시신 인수차 입국’보도처럼 모든 언론사가 앞뒤 가릴 것 없이 연이은 속보로 가짜뉴스를 전파하는데 누가 팩트체크를 순간적으로 완수해 오보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겠는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기자와 편집자라면 지금부터 뉴스제작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첫째는 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사례, 문제의 구조에 더 비중을 실어 가짜뉴스와 차별화해야 한다. 에피소드 중심이나 단편적 발언 중심의 정치보도 관행은 가짜뉴스의 토양이 된다. 


둘째 자신이 보고 들은 배경지식을 그대로 기사에 담아야 한다. 청와대 기자단이 번번이 실패한 점이 이것이다. 대통령이 어찌 기자를 불렀고 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불만과 토론이 오갔는지 기사에 그대로 담았다면 독자도 기자도 오류에서 피해갔을 것이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담을 수 없는 걸 갖고 있으면서 아껴 둘 이유는 없다.

 

셋째 뻔한 기사형식에서 스스로 벗어나자. 선거전에서 누가 1등이고 격차가 어디까지 벌어졌나만 중요할까? 정치인들이 의도를 담아 사용하는 수수께끼 같은 수사적 언어들을 중계하는 게 그리 중요할까? 유권자의 이해와 관심에  초점을 맞춘 뉴스로 바꿔 보자.

넷째 기사에 이 기사는 무엇이 중요하고 그래서 꼭 읽어야만 한다는 설명을 붙여보자. (데스크가 잘라버리더라도 기자는 붙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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