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사장 김장겸…기자들 "MBC 파괴 공범" 반발

언론노조 MBC본부, 태극기부대 박사모와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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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MBC 신임사장.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MBC 새 사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방문진은 23일 임시이사회에서 김 본부장을 비롯한 권재홍 부사장과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사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김 본부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사장은 24일부터 출근한다.

 

김 신임 사장은 2012년 정치부장을 시작으로 2013~14년 보도국장, 2015~16년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안 정부 비판 보도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등 뉴스데스크시청률 하락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2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실시된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의 파업 당시,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지목된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서 보도 제작 아이템을 두고 기자들과 마찰을 빚는 등 파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3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옥 앞에서 MBC 사장 선임을 앞두고 ‘선임 반대’를 주장하는 언론노조 MBC본부와 ‘선임 찬성’을 하는 태극기 부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회의 공개 여부 두고 치열한 설전  

방문진 이사회는 처음부터 여야 이사진의 치열한 공방으로 시작됐다. 사장 선임 과정의 공개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후보자들의 발표 내용 중에 조직개편과 인사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 KBS 사장 선임도 비공개로 되지 않았나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사장 선임 문제는 국민이 알아야할 사안이라며 공개를 요구했다. 이 이사는 “KBS의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아 당시 논란이 됐다. 비공개할 사안은 걸러서 그때그때 비공개로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23일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나가는 모습.

하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이를 표결에 부쳤고 예상대로 야당 추천 이사 2(유기철·이완기)만 거수를 들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모든 일에 금도가 있지 않나. 공영방송은 특정 이념에 좌우돼선 안 된다. 이사장은 그걸 망각한 것 같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진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 양심을 팔면 안 된다. 사장 선임 일정을 제고해서 임시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미루는 성의를 보이자고 촉구했다.

 

그간 MBC 내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법)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사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자는 주장을 펼쳐왔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문진 이사진을 3개월 내에 교체해야하기 때문에 후임 사장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날 기자들과 야권 이사진의 반발에도 사장 선임은 예정대로 처리됐다.

 

▲사장 선임을 중단하고 방송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요구하고 있는 언론노조 MBC본부 기자들.


방문진 앞 MBC본부 노조 VS 태극기 집회 격돌  

공정방송을 사수하자! 방문진은 사장 선임을 중단하라!” 이날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사옥 앞에는 100여명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여 사장 선임을 반대했다. MBC본부 노조는 “MBC의 사장은 방문진 이사진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권 이사들이 추천하는 만큼, 사실상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이 선임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들 건너편에는 태극기를 손에 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들이 “MBC노조는 사장 선임 반대말라고 맞불 집회를 열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문진을 둘러싼 극적인 대치는 MBC 사장 선임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20여명 이상의 취재진이 모여 MBC 사장 선임을 지켜봤다. 이 가운데 사장 선임이 강행 처리되면서 MBC 내부의 분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완기 이사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몇 주에 걸쳐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JTBC태블릿PC’ 보도를 조작이라고 치부하는 극우매체의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고 있다“MBC 보도가 망가지는데 주도를 하고 노동탄압을 한 책임자가 사장으로 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MBC본부 기자들도 오는 24일 오전 상암동 본사 로비에서 신임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피켓팅 시위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집회 앞에서 태극기를 든 박사모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펼치는 모습. 이들은 한 목소리로 “대통령 탄핵은 사법내란”이라며 “MBC노조는 사장 선임 반대말라”고 주장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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