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미디어사업, 성장과 생존 위한 디딤돌

미디어기업으로 가는길 ③종이신문을 넘어
공짜 콘텐츠 넘쳐나고 시장도 국한
광고·지대만으로는 유지 어려워
사내 벤처·푸드 분야 등 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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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작년 연말 사내벤처 1호(상조회 등 실버사업)를 선정하고 타당성 연구 등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빠르면 이달 내 사업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조선은 사내벤처 열기 조성을 위해 지난해 9월 ‘DCP(Dream Challenge Program)’를 선보였다. DCP는 기자 등 내부 구성원이 간단한 아이디어라도 내서 채택되면 회사가 창업 절차를 도와주고 이후 일정 성과를 내면 해당 기자에게 지분까지 보상해 주는 제도다. 1차 공모엔 총 23개 팀이 참가할 정도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해 3월 창간 50주년을 맞아 벤처 정신을 강조하고 사내벤처 1호인 ‘엠로보’를 선보였다.


▲주요 언론기업들이 광고 및 협찬 축소에 따른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사내벤처 설립이나 비미디어사업 확대 등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헤럴드경제의 비미디어 자회사인 올가니카가 지난해 11월 인수한 간편식 전문기업 ‘담연’(현 올가니카키친)의 공장 내부 모습. (올가니카키친 제공)

헤럴드경제가 2013년 설립한 내추럴 푸드 기업인 ‘올가니카’는 지난해 11월말 간편식 전문기업 ‘담연’(현 올가니카키친)을 인수했다. 담연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씨유(CU)에 혜리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등을 각각 납품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 규모는 470억원 내외(추정치)다.


올가니카는 친환경 곡물 유통기업 천보내츄럴푸드를 시작으로 CJ제일제당 음료 공장, 경기 광주에 있는 유기농 채소 유통 시설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헤경의 비미디어사업 매출은 2014년을 기점으로 미디어사업매출(605억원)을 추월했고 담연 인수로 올해 양 분야 간 매출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언론기업들이 사내벤처 설립이나 비미디어사업 확대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이신문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존마저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만 해도 값비싼 윤전기 소유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돼 시장 내 경쟁자가 적었지만 디지털시대엔 이런 장벽이 무의미해졌다.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오히려 ‘언론’을 벗어 던져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콘텐츠 사업의 경우 디지털 기술로 복제가 쉬운 데다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고, 내수시장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언론사업을 넘어 비미디어사업으로 언론사들이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반면 언론사들이 비미디어사업에 뛰어들고 일정 성과까지 도달한 사례는 한겨레 초록마을(2008년 12월 대상그룹에 70억~80억원 매각) 등 손에 꼽힐 정도다.


그동안 언론사들이 타 분야에 투자한 것도 제한적일 뿐더러 현물 투자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실패에 따른 부담이 적은 대신 성과 역시 미미했다.


그렇다고 비미디어사업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어서 신문사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 대한 평판만 믿고 사업에 손을 댔다가 쓴 맛을 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더구나 사업 경험이 일천한 기자들의 아이디어에만 의존하는 사업모델 역시 성공보다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남이 돈 버는 사업’이라고 해 무조건 뒤쫓아하는 ‘미투 전략’도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사업에서 ‘승자독식’원칙이 작용하다보니 무턱대고 쫓아가는 것 역시 위험하다.


그럼에도 비미디어사업에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광고·협찬과 지대로 떠받쳤던 신문사 매출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온라인분야 매출 역시 과실을 기대할 만큼 성숙되지 않아 새로운 수익창구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좋든 싫든 비미디어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미디어사업이 내수시장을 뛰어넘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가야하는 데 언어의 한계와 투자의 제약 탓에 어쩔 수 없이 비미디어사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미디어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역시 적잖다. 한 종합일간지 경영기획실장은 “예를 들어 회사가 이삿짐센터를 한다고 하면 내부 구성원들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부터 나온다”며 “그런 인식이 사업 다각화를 실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라고 밝혔다. <끝>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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