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파괴 공범들이 사장 되도록 놔둘 것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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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23일 MBC 사장 선임과 주주총회를 강행한다고 한다. 방문진은 이미 지난 16일 MBC 사장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한 바 있다. 문철호 부산MBC 사장,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그들이다. 우리는 이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사장에 지원한 후보자들 모두 현재 MBC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공범으로서 사장에 응모할 자격도, 선임할 자격도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3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자 면면을 보니 더욱 기가 막힌다.


문철호 부산MBC 사장은 2012년 MBC의 170일 파업 당시 보도국장으로 재직했던 인물로, 한미FTA와 대통령 사저 의혹 등 현안에 대해 당시 MBC가 내보였던 불공정·부실 보도의 총책임자다. 그는 ‘자리를 걸고 불공정 보도를 막아달라’는 후배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대해서는 무시와 거부, 책임 회피로 일관했고 오히려 사장과 보도본부장의 ‘강경 주문’ 대응에는 충실했다. 이후 MBC는 초유의 170일 파업이라는 사태에 직면했고 그 이후 MBC에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이로 인해 MBC 기자협회는 2012년 당시 문 국장을 협회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권재홍 부사장은 2012년 파업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보도본부장이었으며,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해 MBC 경영진의 일원으로 재직해 왔다. 2012년 ‘시용기자 채용을 재고해 달라’는 후배 기자들의 요청을 묵살하고, 퇴근 과정에서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없었음에도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었다”는 보도를 ‘뉴스데스크’를 통해 하게 함으로써 ‘허리우드 액션’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파업 이후에는 부사장으로서 인사위원장을 겸임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수많은 부당 징계와 부당 전보, 강제 직종 전환 등을 기획·실행하며 MBC 조직 경쟁력 파괴에 크게 일조한 인물이다.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어떤가? 그는 말 그대로 ‘MBC뉴스 붕괴의 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본부장은 2012년 정치부장을 시작으로 2013~14년 보도국장, 2015~16년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는 정통 출세 코스를 걸었는데, 그가 이런 ‘꽃길’을 걷는 동안 MBC의 보도는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한 마디로 김장겸 본부장의 영전과 MBC뉴스의 신뢰성·영향력은 정확히 반비례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보도 참사, 최순실 보도 참사 등 2012년 이후 MBC 막장 뉴스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MBC뉴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대가로 권력으로부터 자리를 보장받는 거래를 한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기도 어렵다. 그랬던 그가 이제 사장을 넘보고 있다니 MBC의 보도는 물론 최소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예능·드라마 등의 경쟁력마저 추락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듯해 우려가 크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그동안 역주행을 해왔더라도 이런 인물들이 공영방송의 사장 자리에 안착하도록 그대로 놔둘 순 없다. 시민의 공유 재산인 공영방송을, 극소수의 박사모·어버이연합·일베와 같은 극우집단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린 장본인들이 어떻게 사장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가? 이들이 있어야 할 곳은 방문진의 면접장도, 사장실도 아닌 국회의 청문회장이다. 청문회에 출석해 공영방송을 이토록 망가뜨린 이유와 경위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국민의 대표들로부터 추궁과 질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다. 방문진과 사장 후보자들에게만 이성을 찾으라고 주문할 일이 아니다. MBC 구성원들의 저항만 지켜볼 일도 아니다. 이 상황을 이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있는 우리 사회가 정신 차려야 한다. 우리 언론계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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