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호들갑이 '진짜뉴스' 잡을라

'가짜뉴스' 정의 애매모호
규제여론 확산 우려 목소리

  • 페이스북
  • 트위치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내게 불리한/듣기 싫은 뉴스=가짜뉴스’로 보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에 대한 규제가 ‘진짜뉴스’에 대한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언론사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짜뉴스’를 부쩍 많이 보도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의 예상을 깬 당선에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노출 알고리즘이 이슈가 됐다. 포털 ‘네이버’의 상세검색에서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를 검색하면 총 3272건(14일 오전 10시 기준)이 나온다. 이 중 2905건이 지난 4개월 간 생산된 기사다. 그 전까진 만우절용 기사(최초 2003년 4월 ‘빌 게이츠 회장 피살 소식’) 등처럼 산발적이었다. ‘가짜뉴스’가 그 자체로 뉴스가 된 건 최근이란 의미다. 탄핵정국·조기대선 국면을 맞아 SNS 등을 통해 활개를 친 선전·선동·유언비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불출마 발언 등 국내 사정이 이를 지속시켰다. 최근에는 주말 광장에서의 ‘태극기 vs 촛불집회’를 두고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Fake News(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양승찬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국가기관들은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에 착수한 상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악의를 갖고 특정인에 대해 의도적,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내사·수사 대상”이라며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방·흑색선전 전담팀을 두고 사이버선거범죄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마침 주류 언론사들에서도 ‘가짜뉴스’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던 터다.


이미 광장을 찾은 일부에게 ‘가짜뉴스’는 진영논리의 자장 안에서 정의되고 있다. ‘내게 불리한/듣기 싫은 뉴스=가짜뉴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에 폭행당한 기자들은 SBS, CBS, JTBC, 뉴스타파 등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하던 언론사 소속이었다. 여기에 정치권이 직접 ‘가짜뉴스’를 지정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지난 7일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개설, “새누리당에 대한 가짜뉴스 제보를 받는 페이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바로잡기 첫 사례로 문화일보의 ‘태극기 집회 참석 말라…인명진, 조원진·윤상현 경고’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오보나 불리한 보도가 ‘가짜뉴스’로 명명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규제부터 거론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사회적 합의는커녕 용어 정의조차 확실치 않은 개념이어서다. 최근에야 이슈화된 용어인 만큼 언론들은 자의적인 정의에 기반하고 있다. “마치 팩트인양 언론사 기사 형식으로 포장한 글들”(이상 JTBC 지난 8일자 리포트 중 일부), “정식 언론사에서 내보낸 기사인데, 의도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전하는 기사”(주간조선 지난 6일자 관련보도) 등이 그 사례다. ‘온·오프라인에서 유포되는 허위의 선전, 선동, 유언비어’ 정도로 공통된 상(像)만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규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7일 개설한 ‘가짜뉴스 신고센터’ 페이스북페이지.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이 14일 한국언론학회 세미나 발제문에서 “사소한 오류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 오보나 보도의 과정에서 진실 오인에 상당성이 있는 경우, 기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경우, 지라시나 정보보고 및 루머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해 정의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개념화한 것은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다.


언론사들은 ‘가짜뉴스’ 감별사 입장에서 규제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언론 밖에서, 진영 논리의 자장 안에서 ‘내편’과 ‘네편’으로 바라본 언론은 언제고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오세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 전에 규제에 대한 얘기부터가 나오는 건 그 이상의 가치들,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심을 덜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품질 높은 정보를 공급하고 거기 눈길이 쏠리면 선거시즌에야 기승을 부리겠지만 (장기적으로 현재상황은) 소동 정도로 그치지 않겠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