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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노무현을 극복했나?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2017.02.15 12:59:26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요즘 대선판에서 다크호스는 단연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국무총리다. 하지만 1위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마다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리며 2위 그룹과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이 대세론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촛불집회 참석자가 1000만명을 넘긴 상황이라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진작 50%를 훌쩍 넘겼어야 정상 아닌가? 지지율이 여전히 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중도성향 유권자들로 지지세가 확산되기는커녕 진보성향 유권자들로부터도 100% 지지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진보성향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면 친문재인이 많지만, 반문재인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6대 대선이 끝난 다음날인 2002년 12월20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로 캠프에서 활약한 측근인사들을 불렀모았다. 10여명의 참석자들은 지금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들이다. 노 당선자는 “앞으로 정치사회 개혁에 주안점을 두겠다. 그러니 경제는 안정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향후 정국운용 구상을 밝혔다. 순간 경제분야 공약을 맡았던 참모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 참석자는 “경제개혁, 재벌개혁이 물 건너 갔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고 회고했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핵심 재벌개혁론자들이 제외됐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에는 재벌과 가깝다는 소문이 돌았던 관료출신이 기용됐다. 대통령 스스로 재벌총수들과 만나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고 선언했다. 결국 “재벌개혁에 성공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 여성 대표들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사회개혁과 경제개혁(재벌개혁)을 구분한 것은 큰 전략적 오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정경유착은 부패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합작품이다. 부패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치사회개혁과 경제개혁(재벌개혁)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뇌물을 준 재벌의 혐의부터 밝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 대통령의 전략적 오류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시장과 친기업을 혼동한 것에 비견된다. MB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친기업을 내세워 규제를 풀었지만, 재벌의 횡포로 시장만 더 망가졌다.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실패는 사회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진영 안에서 이중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혁의 아이콘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개혁(재벌개혁) 실패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계승자다. 진정한 계승자는 전임자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개혁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함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시절 재벌개혁이 흔들렸고, 재벌공화국의 폐해가 심해졌음을 잘 안다”고 인정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그리고 한국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개혁에 성공하려면, 노무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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