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탄 공범들, 사장 응모·선임 자격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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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매체가 왜곡·조작 방송을 하니 애국시민들이 미흡하지만 MBC만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한 발언이다. 고 이사장이 ‘애국시민’으로 지칭한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현실의 맥락에서 이들은 어버이연합, 박사모 등과 같은 소수 극우 집단을 의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광한 현 MBC 사장은 “중립성을 지키는 뉴스 기조가 시청률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자평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랑스럽다니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전까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뭘 하는 곳인지’는 물론이고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 자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뉴스가 어떤 방송사 뉴스인가? 의혹의 실체에 대한 자체 취재는 부실하면서 ‘여·야 공방’과 같은 표피적 중계에 의존하고 해명 전달에는 충실했던 뉴스가 어떤 방송사 뉴스인가? 광화문 광장에 헌정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리고 종편조차 몇 시간 동안 생중계를 해도 6꼭지 보도로 그쳤던 뉴스가 어떤 방송사 뉴스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모두가 안다. 시청률 3~4%대로 추락해버린 존재감 없는 뉴스, 보도국 간부조차 “오늘은 어떤 신문을 베껴야 하나”하고 푸념하는 무능력한 뉴스, 견디다 못한 기자들이 공개 반성문을 쓰고 피케팅에 나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뻔뻔한 뉴스, ‘애국시민’으로 스스로를 표방하는 일부 극우집단으로부터만 인정받는 편향된 뉴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보도참사’ 그 자체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놓고 왜곡·중립 방송을 하지 않았으며 중립성을 지켰다고 자화자찬들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괴이하기 짝이 없다.


오늘날 MBC가 처한 위기는 비단 보도 영역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방송사의 신뢰도, 영향력, 열독률 모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안광한 사장 임기 동안 MBC를 사직하고 종편 등 경쟁사나 대형 기획사로 이직한 예능·드라마 PD가 20여명에 육박한다. 방송산업 흐름의 결과로만 보기에는 유독 MBC에서 이탈하는 PD의 규모가 크다. 제작 자율성의 위축,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작용한 것이다. 또 능력을 인정받은 구성원 100여명이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수년 째 현업에서 배제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MBC를 떠나는 실정이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책임이 큰 이들은 현 MBC 경영진과 방송문화진흥회의 여권 추천 이사들이다. 특히 방문진은 MBC 경영진을 관리·감독할 법적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일탈에 대해 관대했다. ‘백종문 녹취록’의 진상 규명에 눈감았으며, 모 기자의 인터뷰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덮는 데 급급해 했다. ‘최순실 보도 참사’에는 침묵하는 수준을 넘어 “잘 하고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정윤회씨의 아들이 드라마에 ‘낙하산 캐스팅’ 된 의혹에 대해서도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이 정도면 방조 수준이 아니라 공범에 가깝다.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차기 사장을 예정대로 선임하겠다며 선임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차기 사장 후보군이 대체로 현 경영진 또는 이들에 의해 선임된 일부 지역사 사장들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해두건대, 사장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나 사장을 선임하겠다고 나선 이들 모두 중대한 자격 미달에 해당한다. 시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또 ‘새로운 3년’을 달라고 하는가? 최소한 탄핵정국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사장 선임 절차가 유보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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