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블랙리스트·관리지침 실물 공개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박수진 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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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SBS 기자

2016년 12월26일 오후, 특별취재팀 사무실을 향해 걷던 그 순간, 두 손이 ‘뜨끈뜨끈’했습니다. 제 손에 들려 있던 노란 봉투 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취재로 입수된 문건을 그저 배달하는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쿵쿵 뛰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블랙리스트 입수는 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관리지침’에 의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됐고 그래서 형식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수백 명이 넘는 예술인과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해온 사람들인지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왜 배제가 됐는지 일일이 추적해야 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이름 옆에 적힌 ‘B’,‘K’, ‘절대 안 됨’, ‘반드시 제외’ 등 암호와 같은 표기들의 의미도 추가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을 접촉해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 취재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산 지원이 끊기고, 극장 대관이 취소되고, 해외 진출이 막히는 일들을 겪으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블랙리스트에 의한 결과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도를 이어가면서 굳게 닫혀 있던 핵심 관계자들의 입도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체부 전 고위관계자에게 “B는 청와대, K는 국정원의 확인을 의미한다”는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마지막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돈과 권력으로 예술의 자유를 짓밟은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최소한 이런 부당한 지침을 내리고 실행한 핵심 관계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저희는 앞으로도 보도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또 SBS의 블랙리스트 보도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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