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이재용 아니라면 영장 기각했을까"

20일 주요 일간지 사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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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새벽 5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1월20일자 한겨레 사설 캡처.

주요 일간지들의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20일 사설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은 법원의 판단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법원의 판단은 적절하며 존중돼야 할 것”이라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법원이 ‘피해자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부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 도움이 절실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며 “특히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데 법원은 이 과정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청와대 지시로 삼성에 특혜가 주어지고, 삼성에서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돈이 전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당하지 않은 돈을 요구하고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강요·공갈의 피해자이니 뇌물공여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지만 공갈죄라면 돈을 준 쪽이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이번 사건에서 삼성은 손해는커녕 수백억원의 돈을 주고 수조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어떻게 삼성이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일반인이 아닌 재벌 총수였기에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수십 명의 전관 변호사를 병풍처럼 세운 재벌 총수가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법원이 이처럼 결정했을까”라면서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 번 무너졌다’고 비판했고 야당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고 썼다.


한겨레 역시 “삼성 총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중대한 사안에서 영장을 기각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이미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했고 앞으로도 거대 기업조직을 동원해 진실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풀어줬으니 증거 인멸까지 걱정된다. 이러니 재벌의 경제 권력에 법원이 굴복했다거나 ‘삼성공화국’이라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월20일자 조선일보 사설 캡처.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은 애초부터 특검의 수사가 무리였다며 여론재판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면서 “특검이 검찰 수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 진술과 증거를 축적해 범죄 사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수수’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꿰맞춰 온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돌아보면 특검이 법리보다 정서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은 영장 청구를 하면서 ‘영장 내용을 보면 기절할 수준’ ‘혐의 입증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등 법원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경제보다 정의’라며 비법적(非法的) 표현까지 동원했다”면서 “뇌물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이 부회장을 단죄하는 게 마치 정의인 양 하는 여론몰이 식 수사는 온당치 않다. 오로지 법과 실체적 진실에 따라야 한다”고 썼다.


한국경제 역시 “특검은 그 출발부터 중립성을 의심 받아왔다”면서 “태블릿 PC의 진위 확인은 아예 도외시하고 과도한 압수수색과 체포를 되풀이하는 외에도 수사범위를 거칠게 확대해가는 것 등은 나중에 심각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특검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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