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산 넘어 산'

공청회 열렸지만 법안 통과 순탄치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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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개선될 수 있을까.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선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7대6 구성, 특별다수제 도입,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뼈대로 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4명의 언론학자들과 여야 의원들은 현행 방송법 개정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지만 특별다수제, 편성위원회 구성 등에 적잖은 이견을 보이며 법안 통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 법안 개정 필요성엔 대체적으로 공감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언론학자와 미방위 의원들은 방송법 개정 필요성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그동안 공영방송은 정부·여당 등 방송사 외부 세력 및 그와 결탁한 내부 이사진과 경영진에 의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물론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크게 훼손되거나 억압됐다”며 “이로 인해 공영방송의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전문가 집단 평가에서도 더 이상 신뢰할 수도, 공정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 실현을 위해서는 방송의 독립성과 방송 제작의 자율성 보장이 필수적”이라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핵심이며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한국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정부 여당의 인사권에 의해 사장이 선임되고 정책 방향이 좌우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면서 “이렇다 보니 정부 여당의 지원으로 선임된 공영방송 사장은 정부 여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배임 혐의를 씌워 사퇴시키고, YTN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을 임명하고, 이를 반대하는 기자들을 해고한 사례”라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정치권력의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와 억압 시도는 계속됐다. 때문에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뉴시스)

△ “해당 조항 삭제하면 찬성하겠다”…일부 조항 첨예한 대립


이날 논란이 된 부분은 이사회 구성, 특별다수제, 편성위원회 설치,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 크게 네 가지였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들 네 부분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봤지만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명예교수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양한 이견을 냈다.


이창근 명예교수는 먼저 이사의 국회 추천 문제에 대해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책임제에서 국회의 추천권 독점은 법리상, 또 권력의 견제와 균형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현재 국회는 KBS의 결산 승인, 국정감사, 사장 청문회 등을 하는데 이사 추천권까지 갖게 되면 국회가 KBS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독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와 관련해서도 “다수 측의 독주를 방지하고 타협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대립적 이사회 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차 투표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문화가 있을 때에만 실효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다수제가 이뤄진다면 사장 선출 과정을 교착상태에 빠트리거나 타협의 산물로 부적임자를 낙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편성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서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성우 교수는 “편성위원회 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사업자의 경영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법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방송의 내부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사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게 되면 방송 편성이 의도하지 않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 방송 업무 전반에 심해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서도 “법인 경영상의 모든 문제나 방송종사자 개인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모두 외부에 알려야 하는 것을 강제한다면 영업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전에 근무하던 (구)방송위원회에서는 실무상 회의록 공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식 회의 이전에 소위 ‘티 타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이미 의견을 조율하고 정식 회의에서는 극도로 정제된 회의록만 남기게 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아예 방송법 개정 자체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방송법을 고친 후 계속 고치고 있다. 누더기법을 만들 작정인가”라면서 “마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에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의 개정은 반대하며, 근본적인 해결은 민영화”라고 주장했다.  


△ “지금이 방송법 개정할 적기”


미방위 야당 의원들은 그러나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개선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핵심은 대통령이 사장들을 임명하고 그 사장들이 인사권을 갖고 공영방송 안에서 여러 행태를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법을 바로잡지 않으면 승자독식의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에서 특위를 만들어 여러 학자들이 장기간 참여해 만든 게 지금의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미흡하다면 그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되지 않느냐”면서 “근본적 변혁을 모색해야 한다든지, 질서 있는 변화를 얘기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은 어느 쪽이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는 다시 오기 어려운 타이밍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중립지대에 갖다 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의 개정안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는 고쳐야 한다는 선에서 합의를 이룬 것”이라면서 “국회가 이사회를 추천하는 이유도 국민이 유일하게 선출하는 대표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또 국회 외에 대표성 있는 집단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각자 생각하는 이상형이 있고 일치를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대공약수를 다 할 수도 없고 부족하나마 지금 상황보다 나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별 사안에 대해선 고려가 필요하지만 대체적으론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방향으로 오늘 공청회의 무게중심이 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개최를 통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포함한 109건의 법안이 일괄적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법안심사소위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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