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정유라 신고 보도, 기자사회 논쟁 확산

"한 컷 건지려 경찰 도움 빌린 것"
"기자양심·사회적 가치들에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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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기자가 정유라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체포 장면을 보도한 것을 두고 기자사회에 논쟁이 일었다. JTBC의 행위가 언론윤리에 어긋나느냐, 또 그 윤리를 다른 가치들보다 앞세울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논란이 된 보도는 지난 2일 방송된 ‘은신처 확인부터 체포까지…‘정유라 추적기’ 공개’다. 이날 보도에서 손석희 앵커는 “덴마크 현지에서 정씨의 은신처를 파악한 뒤 직접 확인에 나섰지만 정씨 일행은 몸을 숨긴 채 응답하지 않았다”며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의 핵심 인사인 정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어 취재진은 결국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보도 영상에서 JTBC 취재진은 정씨 일행을 기다리다 다음 날 오후 은신처 출입문을 두드린다. 취재진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 출동한 경찰들, 정씨가 경찰차에 오르는 장면이 잇따른다.


▲JTBC가 덴마크 현지에서 정유라씨를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정씨의 체포과정을 보도한 것을 두고 기자사회에 보도윤리 논쟁이 일었다. 사진은 해당 보도를 한 지난 2일 JTBC 뉴스룸 장면.

논쟁은 다음날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 박상현 이사의 글로 불거졌다. 박 이사는 “JTBC는 ‘기자가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히 어겼다”며 “기자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기자는 전통 보도윤리에 따라 ‘관찰자여야만 한다’와 시대적 흐름에서 ‘플레이어(player)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상충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SNS에 찬반의견을 쏟아내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은하 경향신문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JTBC 보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 기자는 “기자가 직업인과 시민으로서 자신을 엄격히 분리하는 것은 직업적 결과물에 의도를 의심받지 않기 위한 보호장치”라며 “JTBC의 보도가 기자사회에 충격을 준 것은 보도 결과와 별개로 이 장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JTBC는 아예 경찰과 한 팀을 이뤄 수사에 가담한 셈”이라며 “언론사가 판을 짜고 수사당국 등 권력기관과 팀을 이뤄 혹은 단독으로 플레이어로 행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위와 다르게 JTBC가 언론으로서 제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기자가 사건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취재윤리가 정언명령은 아니”라며 “기자의 개인적 양심, 조직에 대한 의무, 국가·사회적 공공 이익, 기자에게 역할을 부여한 독자·시청자의 요구라는 윤리틀을 적용했을 때, JTBC 기자의 신고가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신고 행위를 넘어 촬영이나 보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JTBC 기자가 시민과 기자의 의무에 동시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제보를 받고 은신처에 도착, 정씨의 존재를 신고한 후 카메라를 들이댔어야 했다”며 “한 컷을 건지기 위해 현지 경찰의 도움을 빌린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기자의 보도윤리 논쟁은 또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JTBC 기자가 객관이라는 언론 윤리를 어겼다 할지라도 정의, 민주, 투명성, 공동체란 사회적 가치들은 지켰다”며 “명목상의 윤리를 언론인에게 무작정 강요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옥죄는 수단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언론윤리 논쟁이 치열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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