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만 바라보는 방통위 지상파 정책

공정성 확보 방안 등 세우지 않고
중간광고 도입·수신료 인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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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조정기구 설치’와 ‘중간광고 도입 등 광고규제완화’를 올해 지상파 관련 정책목표로 내세웠다. 공영방송 등의 재원 안정화를 꾀하고, 광고제도 전반을 개선해 지상파 위기극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도참사’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은 지상파 사업자들에게 ‘신뢰의 위기’가 아닌 ‘시장의 위기’에 대한 해법만을 내린 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5일 발표한 ‘2017년도 주요 업무계획’에서 KBS와 관련 ‘수신료 조정기구 설치’에 대해 거론했다.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와 공적책무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수신료와 비수신료의 회계 분리를 추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 등도 밝혔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되 예산운영의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언론 간담회나 인터뷰 등에서 수차례 밝혀온 ‘수신료 현실화’ 등 3기 방통위가 꾸준히 유지해 온 기조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2017년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통위)

문제는 방통위가 인상을 추진하는 근거다. 여야 공히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다만 KBS 보도 등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발목을 잡았다. 19대 국회에서도 수신료 4000원 인상이 논의됐지만 야권에서는 ‘공정성 확보 장치 마련 법제화’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상업적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공적책임 유지는 더욱 중요하다’라고만 추진배경을 밝혔다. ‘시장의 위기’만을 수신료 인상의 이유로 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KBS의 방송이 갑자기 공정해졌기 때문일까. ‘청와대의 보도개입’과 ‘국정농단에서의 보도참사’로 ‘수신료를 JTBC에 주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여소야대의 정치권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방통위 야권 추천 상임위원(김재홍, 고삼석)들도 이에 대한 입장 마련을 누차 주장했다. 하지만 업무계획이나 방통위원장 신년사에서 KBS의 ‘신뢰의 위기’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 관계자는 “단일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아 (업무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할진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파악하며 내부 논의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광고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으로 표현된 광고규제 완화 방침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상·간접광고에 대한 규제완화’ 등으로 게재됐지만 핵심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다. 지상파 경영상황, 차별적 규제 등이 이유다. 다만 방통위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전체 광고총량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어떤 제도개선을 해도 어떤 매체에 광고가 더 가고 줄고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체별·광고종류별 효과를 조사하고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중립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유료방송이나 신문사 등의 반발이 너무나 명확한 사안인 탓이다. 이들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당근’도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서도 ‘공정성 확보’에 대한 고민은 배제돼 있다.


유료방송과 지상파 정책 수립 시 “방통위가 지상파의 공적 책무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근원적인 비판마저 나오는 이유다. 현 이원화된 규제체계에서 미래부가 유료방송 위주의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면 방통위는 그저 지상파 민원을 들어주며 당장을 모면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상파 위기는 유료방송 위주의 시장 정책과 정치권력 개입에 따른 공정성 저하 등이 원인”이라며 “보도공정성 확보, 직접수신율 제고처럼 실제 지상파 플랫폼 강화 방안 없이 사업자 민원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국면에서 국민이 느낀 지상파 문제는 공정성, 신뢰성 저하인데 방향 전환이 없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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